1992년 정트리오가 콘서트를 가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왼쪽부터 정명훈, 이원숙, 정경화, 정명화 씨. 동아일보DB‘정 트리오’(정명훈·명화·경화)의 어머니인 이원숙 씨가 15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1918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6·25전쟁 등 시대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정명훈 씨(58·서울시향 예술감독), 첼리스트 명화 씨(67·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 바이올리니스트 경화 씨(63·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 등 세계적인 음악가를 길러냈다.
고인은 배화여고, 이화여전 가사과를 졸업한 뒤 한때 동덕여고 교사, 이화여대 가정과 강사로 일했다. 1962년 미국으로 이주해 한식당을 운영하며 자식들을 뒷바라지했고, 1968년 한국으로 돌아와 구미물산주식회사, 주식회사 원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1986년엔 미국 밸리포지신학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목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고인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길러낸 ‘장한 어머니’로 널리 알려졌으며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새싹회 어머니상(1971년), 대한민국 국민훈장 석류장(1990년), 자랑스러운 이화인상(1995년) 등을 받았다. 1990년에는 세화음악장학재단을 설립해 음악계의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인은 자녀 교육을 위해 평생을 바친 헌신적인 어머니상의 전형이었다. 미국에서 식당을 운영할 당시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남편 정준채 씨(1980년 작고)와 함께 직접 청소와 주방 일까지 했지만 자녀들의 공연 관람을 위해서는 수백 달러를 아끼지 않았다. 명화 씨가 이화여대에서 공연이 있을 때 연주에 방해가 될까 봐 인근 신촌역에 정차하는 기차에 기적을 울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경화 씨는 2002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생일이다 입학이다 격식대로 때맞춰 챙겨주는 것보다는, 필요한 부분에 딱 집중해서 ‘셋업’해 주는 분이었다. 대담하고, 한 번 결정하면 무서울 정도”라고 성장기를 회상했다. 16일 빈소에서 만난 명화 씨는 “자녀들 각자의 능력과 개성을 발견해 열정적으로 키워주신 분이었다. 열정으로만 치면 우리 자식들보다 10배는 많은 여장부셨다”고 말했다.
고인은 ‘통 큰 부모가 아이를 크게 키운다’ ‘너의 꿈을 펼쳐라’ 등의 저서로 자녀 예술교육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통 큰…’에서는 조기교육과 인성교육의 중요성, 그리고 격려를 많이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빈소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됐다. 고인의 부고가 알려진 16일 이홍구 전 국무총리,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동호 세종문화회관 사장, 김주호 서울시향 대표이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오페라 공연 협의차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한 명훈 씨는 17일 오후 돌아올 예정이며, 미국에 있는 경화 씨도 입국을 서두르고 있다.
유족으로는 아들 정명근(CMI 대표) 명훈 명규 씨(재미 의사), 딸 명화 경화 씨, 사위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주식회사 대표(명화 씨 남편)가 있다. 발인은 18일 오전 11시. 유가족은 고인의 뜻에 따라 부의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02-2258-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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