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허영만 씨가 37년간 그린 육필원고 약 15만점을 19일 만화박물관에 기탁했다.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더 많은 사람이 제 작품을 보고 즐거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기 만화작가 허영만 씨(64)가 37년간 그린 육필 만화원고 15만 점을 19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내 만화박물관에 기탁했다. 작품으로는 1000여 편에 이르는 것이다. 기탁한 원고는 ‘동래학춤’(1977년) ‘무당거미’(1981년) ‘오! 한강’(1987년) ‘날아라 슈퍼보드’(1990년) ‘타짜’(2000년) ‘식객’(2003년) 등 허 작가의 초창기 데뷔작에서부터 최근 히트작까지 총망라돼 있다. 일부 소실된 원고를 제외하고 허 작가가 소장한 원고 전부를 박물관에 전달한 것이다.
그의 작품 중에는 대중적 인기와 함께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 무수히 많다. ‘식객’의 경우 2002∼2008년 동아일보에 연재돼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됐다.
이 작품 원고는 습도조절기능을 갖춘 오동나무 상자 50여 개에 보관돼 오다 이날 문화유산 전문 취급 운송업체의 무진동 트럭(5t)에 실려 서울 작업실에서 만화박물관 지하 1층 수장고로 옮겨졌다. 그는 앞으로 선보일 만화 작품 원고에 대해서도 단행본 출간을 마친 뒤 만화박물관에 기탁하기로 했다. 작고한 원로 만화가의 유족이 만화책이나 원고를 기탁한 사례는 많지만, 현존 인기작가가 이처럼 방대한 분량의 원고를 기탁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허 씨의 작품 ‘사랑해’(2006년), ‘타짜’(2000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항온항습설비를 갖춘 만화박물관 수장고에는 허 작가의 작품 외에도 ‘엄마 찾아 3만리’를 지은 고(故) 김종래의 육필 원고 등 만화 관련 자료 7만여 점이 있다. 기탁은 작가가 소유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박물관에 관리권만 주는 데 반해 기증은 소유권까지 넘겨주는 것.
허 작가는 “서울의 작업실이 좁은 데다 온도와 습도 유지가 어려워 첨단 보존시설을 갖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맡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기탁한 작품은 보존처리와 검수작업을 마친 뒤 구체적인 전시 일정이 확정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소장가치가 높은 만화 자료를 13년째 유상 또는 무상으로 수집하고 있다. 현재 보관 중인 만화 육필원고는 6만여 점이며, 1980년대 이전에 발간된 만화책과 만화이론서 등 희귀 만화자료가 1만여 점이다. 김 작가의 유족이 지난해 기증한 만화 원고 3만 점은 8월에 열릴 부천 국제만화축제 때 전시될 예정. 또 최경아 신일숙 고우영 박건웅 작가의 일부 또는 전 작품의 기탁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만화박물관에는 250명가량의 만화 및 애니메이션 작가가 상주하면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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