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싱젠 씨가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서울국제문학포럼 환영식에 참가했다. 그는 “사상의 위기를 맞고 있는 인류에게 문학이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문학은 가장 민감하고도 세밀한 예술 양식입니다. 사상의 위기에 대한 가장 깊이 있는 답변을 낼 수 있는 것도 바로 문학입니다. 한국의 친구들이 특별한 포럼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중국 출신 소설가 겸 극작가, 연출가 가오싱젠(高行健·71) 씨가 처음 한국을 찾았다. 24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내한한 그를 23일 환영식이 열린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공항에서 바로 왔다. 인천대교를 봤는데 아주 장관이었다”며 한국의 발전상에 경탄을 표시했다.
“서울은 아주 큰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구(舊)도시는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산뜻하고 새로운 도시란 느낌이네요. 특히 산과 자연, 그리고 빌딩이 어우러져 현대화된 느낌입니다.”
프랑스에서 1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 도착한 뒤 바로 서울 행사장에 온 그는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웃음이 넘쳤다. 그는 2005년에도 서울국제문학포럼의 초청을 받았지만 개인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세계화 시대를 문학이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고 시의적절한 문제입니다. 문학은 본래 국가와 언어도 초월합니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문학은 어떤 다른 문화양식보다도 사람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탄압으로 망명했던 그는 “인류가 맞고 있는 위기는 단지 한 국가만의 문제도 아니고, 경제위기의 문제도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사상의 위기”라고 강조하며 “문학이 이러한 심각한 위기에 해답을 찾아가는 것은 전 세계의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중국 산시(江西) 성 간저우 태생인 그는 1980년대 초 전위적 작품 활동을 펼치다 공산당 지도부의 탄압을 받았다. 1987년 중국을 떠난 그는 정치적 난민 자격으로 1988년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뒤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작은 1996년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돼 호평을 받은 장편소설 ‘영산(靈山)’과 ‘한 사람의 성경(一個人的 聖經)’, 희곡 ‘절대신호(絶對信號)’ 등. 그는 노벨상 수상 후 AFP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문화혁명 이후 자유가 박탈된 상황에서 단지 살아남기 위해 글 쓰는 것을 배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오 씨는 24일 한국외국어대 강연, 25일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조강연과 단국대 강연, 28일 고려대 가오싱젠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6월 3일 출국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문인과는 아직 특별한 인연이 없다”며 “많은 소설가와 시인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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