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하루 동안 회사 직원과 가족들에게 봉사하는 ‘서버스 나이트’ 행사에서 일일 웨이터로 참가한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와인을 따라주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팔래스호텔. 연회장 한가운데 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식탁을 에워싸고 있었다. 독특한 옷차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CEO의 상징인 양복차림 대신 흰색 앞치마에 검은색 나비넥타이를 갖춰 맨 것. 겉모습은 영락없는 호텔 웨이터였다. CEO들은 손님이 도착하기 한 시간 전부터 모여 호텔 총지배인으로부터 격식 있게 와인 따르는 법, 식탁에 포크와 나이프를 놓는 순서를 배웠다.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대표는 지배인의 말을 빠뜨리지 않고 수첩에 적느라 바빴다.
암참 산하 미래의동반자재단이 주최하는 ‘서버스 나이트’는 올해로 7회째다. CEO들은 이날 하루 회사 직원과 가족을 초대해 웨이터로 봉사한다. 식사비와 현장에서 판매된 와인 수익금 전액은 부모님이 실직한 가정의 대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인다. 이날 행사에는 팻 게인스 보잉코리아 사장(신임 암참 회장), 마이크 아카몬 한국GM 사장 등 국내의 외국계 기업 CEO 14명이 참석했다.
‘CEO 웨이터’들의 솜씨는 어설펐지만 성의는 듬뿍 담겼다. 제프리 존스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은 “왔다갔다 음식을 나르고 손님의 주문을 외우는 게 너무 힘들다”면서 “앞으로 식당에서 웨이터들을 자주 부르는 일을 참아봐야겠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CEO들은 개성에 따라 직원을 초대한 기준도 달랐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 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초대받지 못한 직원들이 섭섭할까 봐 ‘뽑기’로 참석자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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