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때 최전선에서 활약한 미국 육군 제2공수특전부대(레인저 부대)에서 복무한 6명의 흑인 노병(老兵)들이 5월 30일 메모리얼 데이(한국의 현충일)를 맞아 워싱턴에서 열린 참전용사 퍼레이드에 한국전을 대표하는 군인으로 참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5월 31일자 메트로 섹션 톱기사에서 ‘역사를 만들었던 흑인 육군 레인저 부대가 한국전 참전에 대해 뒤늦은 헌사를 받았다’는 제목으로 퍼레이드에 참가한 이들 흑인 용사들을 비중 있게 전했다. 6·25전쟁에서 그 어느 부대보다도 혁혁한 전과를 올렸지만 그동안 기억되지 못했던 레인저 부대 용사들이 이번 퍼레이드를 통해 비로소 예우를 받았다는 것. 1950년 당시 인종차별이 있었던 미국에서 육군 레인저 부대에 흑인들로만 구성된 중대가 만들어졌다. 혹독한 훈련을 거친 이들은 6·25전쟁에 투입됐다.
이제는 모두 80세가 넘은 이들 노병은 이날 퍼레이드 내내 레인저 부대가 역사 속에서 잊혀진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감격해했다.
당시 대학등록금이 없어 군대에 지원했다는 케이프 버드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의 허큘러스 다이아스 씨는 “지독하게 힘든 훈련과정을 거쳤다”며 “부대장은 어느 누구도 낙오하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힘든 훈련 상황을 회고했다.
당시 적진 후방으로 공중 침투하라는 명령을 받은 다이아스 씨의 부대원들은 1951년 3월 23일 38선 이북 적진으로 낙하산을 타고 잠입해 불과 수시간 만에 목표 고지를 탈환하는 전과를 세웠다고 한다. 다이아스 씨는 “메모리얼 데이에 대부분 베테랑들이 당장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생각하지만 우리는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동료 레인저 부대원들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6명의 레인저 부대원들은 찌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레인저 부대 제복과 모자를 갖춰 입고 수시로 땀을 훔치면서도 간간이 모자를 들고 인사하며 오래된 기억을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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