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자신을 믿고 열심히 하면 되더군요. 남과 비교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은 배움의 대상이지 질투의 대상은 아닙니다.”
세계 5대 발레단의 하나인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발레리나 서희 씨(25)가 1일 뉴욕에서 ‘지젤’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서 씨는 이날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발레 ‘지젤’에서 여주인공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극장을 가득 메운 3000여 명의 관객에게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2006년 ABT에 입단해 작년 8월 ‘솔로이스트’로 승급한 서 씨는 이날 발레리나라면 누구나 연기해보기를 꿈꾸는 ‘지젤’ 역을 맡았다. 솔로이스트가 된 후 첫 주인공 역할이다. 지젤은 ABT의 대표 발레리나이자 서 씨가 가장 존경하는 무용수 중 한 명인 줄리 켄트가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계기가 된 작품이다.
이날 공연에서 서 씨는 약혼녀가 따로 있는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졌다가 배신당해 죽는 시골처녀 지젤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2막에서 처녀귀신으로 나와 알브레히트를 위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진정 사랑하는 남자를 보호해 주고픈 여성의 마음을 느끼는 듯 보였다.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이를 관객과의 교감을 통해 이해시키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목표를 첫 무대부터 이룬 듯했다.
마치 비를 맞은 듯 땀을 흘리며 커튼콜에 나선 그를 향해 관객들은 기립박수와 함께 ‘브라바(Brava·발레 연극 등에서 여성 공연자에게 주는 찬사)’를 연발했다. ‘완벽하다’, ‘너무나 훌륭한 무대였다’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서 씨는 “처녀귀신으로 나와 알브레히트를 위해 함께 춤을 추는 2막에서 알브레히트가 보지 못하는 귀신의 사랑을 몸동작으로 표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서 씨는 ABT 입단 후 4년간 군무팀인 ‘코르 드 발레’의 멤버로 활동하며 지젤에 등장하는 조연 역할을 두루 소화했다. 그런 서 씨도 아직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서 씨는 “리허설을 찍은 비디오를 보면서 실수가 없었는데도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발레리나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기교만 부리는 발레리나가 아니라 작품과 캐릭터를 이해하는 발레리나, 나의 연기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교감할 수 있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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