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살대책지원센터 ‘라이프 링크’ 시미즈 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남의 시선에 맞춰 살다보니 ‘나’를 잃는거죠”

“한국과 일본에선 행복의 기준이 내가 아닌 남의 시선에 있어요. 일류 대학에 들어가면 좋은 아이가 되고 대기업에 들어가면 좋은 아빠가 되지요. 그렇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 되고. 행복을 찾는 데 ‘나’는 없는 거예요. 사회가 정한 기준에 들지 못한 사람들은 살아야 할 가치를 찾기 어려워집니다.”

일본 자살대책지원센터 ‘라이프 링크’를 운영하는 시미즈 야스유키(淸水康之·39·사진) 대표는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젊은이들의 자살이 느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자살은 사회가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한일 양국에서 자살이 20, 30대의 사망 원인 1위로 올라간 현상에 대해 그 이유와 방지책을 연구 중인 그는 8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주최로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자살예방 활성화 방안’ 워크숍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일본에서는 매년 3만 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특히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월평균 자살자가 18% 증가했다. 시미즈 대표는 “대재앙을 겪은 후 많은 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자살률은 2009년 10만 명당 2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였다. 올해에도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 대학생들의 자살이 끊이지 않았다.

시미즈 대표에 따르면 한일 양국 사회는 자살을 사회 문제로 보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는 “일본에선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자살 원인과 예방에 대한 인식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자살을 예방하려면 먼저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에 따라 사회가 맞춤형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알아서 해결책을 찾는 게 아니라 사회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

그가 소개한 도쿄 아다치 구에서 시행 중인 대책도 맞춤형이다. 자살예방센터에 40대 실직 가장이 오면 생활 안정 지원, 재취업 상담, 건강검진을 동시에 제공한다. 20대 청년이 오면 감성적인 대화로 용기를 북돋아준다.

“먼저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세요.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은 정말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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