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퇴임하는 게이츠 美국방장관 고별회견 “언론인들의 거친 질문 고맙게 생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8일 03시 00분


“軍문제점 알게해준 유일 통로”

“국방장관으로서 민감한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싫어했지만 국민을 대신한 언론의 ‘워치독’(감시견) 역할을 아주 존경하며, 언론인들의 프로페셔널리즘과 거친 질문, 그리고 고된 노력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16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국방부(펜타곤) 출입기자와의 고별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뜻을 표했다. 이달 말 퇴임하는 게이츠 장관은 “오늘이 국방장관으로서 마지막 기자회견이 될 것 같다”며 “펜타곤 출입기자들에게 몇 가지 할 얘기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기자들이 다소 긴장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게이츠 장관은 “염려하지 말라. 모두 좋은 얘기가 될 것”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게이츠 장관은 “국방장관이 되기 전에 정부 고위직을 맡고 대학 총장도 지냈지만 언론과 정기적으로 대면한 적은 없었다”며 “처음 국방장관에 취임했을 때 펜타곤과 언론의 관계를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군과 언론의 관계는 항상 어려운 문제로 대부분 상호 불신과 분노를 갖기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이츠 장관은 “나는 사관생도에서부터 장군에 이르기까지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활기에 차고, 캐묻기를 좋아하며 심지어 의심에 가득 찬 언론도 헌법에 보장된 자유를 수호하는 중요한 파수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언론을 적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수시로 말했다”고 밝혔다.

특히 게이츠 장관은 재임 초기에 군 관료주의의 폐해를 지적한 언론보도를 거론하며 “언론보도를 통해 군 내부의 문제점을 알게 됐고 이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은 적도 있다”며 언론에 사의를 표했다.

그는 언론과의 관계가 꼭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게이츠 장관은 “4년 반 재임 동안 내가 읽었던 기사들이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언론은 펜타곤 내부에서 나에게 알려주지 않는 문제점들을 나에게 전해주는 유일한 통로였다”고 털어놨다.

게이츠 장관은 “여러분이 이곳에서 취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관료주의와 정보의 보호막으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제때 얻는 것은 언론에 항상 도전이고 때때로 나도 함께한 도전이었다”고 회고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말 물러나는 게이츠 장관 후임에 리언 패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명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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