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춘 일병 화제, 1994년 이병때 부모사망에 탈영“죗값 치르겠다” 자수후 재입대, 체력-전투력 상위 10% 들어
육군 탄약지원사령부 7탄약창 이원춘 일병(왼쪽)이 김진수 탄약대장(소령)에게서 사격방법을 배우고 있다. 육군본부 제공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탈영했다가 37세의 나이로 군에 다시 들어온 병사가 특급전사로 선발됐다. 23일 육군에 따르면 탄약지원사령부 7탄약창 이원춘 일병(37)은 올해 4월 부대 특급전사 선발대회에서 ‘특급전사’로 뽑혔다.
특급전사는 육군에서 부대장 재량에 따라 사격과 체력단련, 정신전력, 전투기량 등을 평가해 선발되고 있다. 특급전사의 비율은 부대마다 다르지만 통상 전체 장병의 10% 안팎이다. 육군 30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조교로 복무한 배우 천정명 씨도 특급전사로 선발됐었다.
체력기준은 나이에 따라 다르다. 37세인 이 일병이 특급전사로 선발되려면 2분 안에 윗몸일으키기 72회, 팔굽혀펴기 65회 이상을 해야 한다. 또 3km 구보를 13분 15초 내에 마치고 K-2 소총 사격은 20발 가운데 18발 이상을 표적에 명중시켜야 한다.
이 일병은 입대할 수 있는 나이(현역 만 35세)를 훌쩍 넘긴 현역 병사 중 최고령자다. 그는 1994년 이병 시절 부모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탈영했다. 현역병은 탈영하면 ‘명령 위반죄’가 적용돼 매년 복귀 명령이 내려진다. 공소시효도 계속 연장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
이 일병은 직장생활을 할 수 없어 일용직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자신의 명의로 은행거래도 할 수 없어 지인의 계좌를 빌렸다가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헌병에게 언제든지 잡힐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항상 불안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죗값을 치르고 남은 인생을 떳떳하게 살고 싶다”며 16년 6개월 만에 자수해 탈영 전 근무했던 부대에 재입대했다. 이후 이 일병은 군사법원 재판에서 24개월 복무 판정을 받고 1월 11일 7탄약창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이 일병은 부대장과 전우들의 관심과 배려 속에 특급전사에 도전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도피생활 당시 교통사고로 다친 허리 때문에 윗몸일으키기는 5회밖에 할 수 없었다. 도피생활에 따른 공포감 때문에 사격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거듭된 훈련으로 이를 극복하고 특급전사 휘장을 받았다. 김영철 7탄약창장(대령)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돌아와 의무를 다하는 이 일병의 사례가 국방의 의무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전역 후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남은 군 생활 동안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 등 다방면으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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