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실버타운 거주 여든일곱살 장순애 할머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9일 03시 00분


아르바이트하다 숨진 대학생 사연에 장학금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로 숨진 서울시립대 황승원 씨의 사연을 듣고 안타깝다며 장학금 2000만 원을 시립대에 기부한 장순애 씨가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활짝 웃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로 숨진 서울시립대 황승원 씨의 사연을 듣고 안타깝다며 장학금 2000만 원을 시립대에 기부한 장순애 씨가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활짝 웃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다시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다 변을 당하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액 대학 등록금 문제가 사회문제가 된 가운데 한 80대 할머니가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변을 당한 고 황승원 씨(22)의 소속 대학에 장학금을 쾌척했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의 한 실버타운에 살고 있는 장순애 씨(87)는 8일 자신을 찾아온 서울시립대 관계자들에게 장학금 2000만 원을 전달했다. 장 씨가 기부를 결심한 것은 최근 황 씨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하고 나서다. 시립대 경제학부 1학년을 휴학 중이던 황 씨는 2일 새벽 경기 고양시 이마트 탄현점 지하 1층 기계실에서 터보냉동기 점검작업을 하다 냉매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황 씨는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장 씨는 “한창 피어오르는 젊은 학생이 등록금을 벌기 위해 밤새 일하다 숨졌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동시에 과거 등록금이 없어 고민하던 아들 친구 일이 생각나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씨는 “30여 년 전 의대에 다니던 막내아들의 친구가 마지막 학기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그만둘 처지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형편이 넉넉지 못해 도와주지 못했다”면서 “그때 일이 늘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번 기부로 그 빚을 갚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장 씨는 장학금을 황 씨가 다닌 정경대의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기부했다. 학교 측은 이 장학금을 ‘장순애 장학금’으로 명명하고 2학기부터 대상자를 선발해 지급하기로 했다.

황해도 출신인 장 씨는 6·25전쟁 전 남한으로 내려왔으며 서울에 정착한 뒤 남편과 함께 공구 상점을 하며 6남매를 키웠다. 장 씨는 “당시는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어도 열심히 일하면 6남매를 다 가르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부모들이 열심히 일해도 등록금이 너무 비싸 자녀 한둘도 교육하기 힘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장 씨는 이번 인연을 계기로 시립대에 계속 기부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는 “그동안은 기부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며 “실버타운에 함께 사는 노인들에게도 기부하는 법을 홍보해서 적은 돈이라도 기부할 수 있게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 측은 이날 오후 황 씨의 유족들을 찾아 명예졸업장을 전달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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