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천사들과 고교생, 희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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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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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상정고 재학 남성현 군
4년간 봉사하며 사귄 27명… 꿈과 소망 모아 책으로 펴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 어린이재단에서 만난 남성현 군(17)이 자신이 펴낸 책 ‘희망아, 내 소원을 들어줘’를 들고 웃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1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 어린이재단에서 만난 남성현 군(17)이 자신이 펴낸 책 ‘희망아, 내 소원을 들어줘’를 들고 웃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소년의 그림은 너무나도 평범했다.

커다란 식탁, 특별할 것도 없는 소박한 반찬, 그 주위에 둘러앉아 웃고 있는 엄마와 아빠, 아이들….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소년에게는 창 밖 성냥팔이 소녀의 바람처럼 너무도 간절한 것이었다.

한 보육원에서 4년간 아이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한 한 고교생이 아이들의 꿈과 바람을 담은 책을 펴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책을 펴낸 주인공은 인천 상정고 3학년에 재학 중인 남성현 군(17). 남 군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 위치한 해피보육원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남 군은 5월 보육원 아이들 27명의 꿈과 바람이 담긴 책 ‘희망아, 내 소원을 들어줘’를 펴냈다. 책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꿈과 바람을 담아 그림과 글을 쓰고, 이에 대해 남 군이 답장을 쓰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책의 첫 장을 장식한 가족들이 함께 밥을 먹는 그림은 이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박기범 군(12·초등학교 6년)의 그림이다.

황성현 군(12)은 ‘나무가 돼 봉사를 하는 꿈’에 대해 썼다. 황 군은 이 책에서 “나도 나무처럼 사람들이 기댈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봉사를 하고 싶지만 지금은 가진 것이 하나 없어 어렵다”고 적었다. 황 군의 바람에 대해 남 군은 “봉사는 생각만큼 어려운 게 아니다”며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작은 배려를 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답글을 적었다.

책을 펴낸 남 군은 중3 때 어머니와 함께 처음 보육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남 군은 “처음에는 서로 간식도 나눠 먹지 않는 보육원 아이들이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며 “그것이 마음의 상처 때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미안한 마음에 나부터 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 군의 계속된 노력에 점차 아이들도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남 군은 아이들에게 각자의 꿈과 바람을 그림과 글로 적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의 글과 그림에는 일일이 답장을 적었다. 이렇게 모인 그림과 글이 100여 장이 넘자 보육원에서는 출판을 제안했다. 하지만 돈이 안 되는 책을 선뜻 출판할 출판사는 적었다. 남 군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출판사에 도움을 호소하는 e메일을 보낸 끝에 한 작은 출판사에서 출판을 수락하는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남 군과 아이들은 책 수익금을 모두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남 군은 “아이들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에게도 새로운 꿈이 생겼다”며 “앞으로 사회복지사가 돼서 더 큰 나눔을 베풀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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