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잡을 돼지 태어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4일 03시 00분


인체 이식 거부반응 없는 인슐린 생산 세포 지녀
안규리-이병천 교수팀 성공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는 췌도(인슐린을 생산하는 세포)를 가진 돼지가 태어났다. 이 돼지는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와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 등 연구진은 췌도를 이식했을 때 발생하는 면역거부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형질전환 복제돼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췌장에는 세포들이 뭉쳐 마치 섬처럼 떠다닌다. 이것이 바로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췌도다. 제1형 당뇨병은 췌도가 손상돼 인슐린이 아예 분비되지 않는다. 건강한 췌도를 이식하지 않는 한 하루에 서너 차례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의학적으로는 췌장 전체를 이식하는 것보다 췌도만 이식하는 게 안전하다. 췌장처럼 장기 전체를 이식하면 몇 분 만에 생명을 앗아가는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이 생긴다. 하지만 췌도는 직접 혈관을 연결하지 않고 몸속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식할 수 있어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이 없다.

그 대신 췌도를 이식하면 혈액이나 세포 매개성 거부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단백질(sTNFRI-Fc)을 돼지에게 발현시켜 염증반응 등 면역거부반응을 없앴다. 양재석 교수(서울대 의대 장기이식센터)는 “국내에서 당뇨병 치료용 복제돼지 연구가 몇 년간 이뤄졌지만 면역거부반응 문제를 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형질전환 돼지를 자연교배해 새끼 돼지(2세대)도 3마리 태어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이식 분야의 저명 학술지 ‘트랜스플랜테이션(Transplantation)’ 6월 2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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