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월드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홍익대 팀의 출품작(아래쪽 사진)과 시상식 모습. 왼쪽부터 플라비오 만초니 페라리 수석 디자이너, 파올로 피닌파리나 페라리 회장, 안드레 씨, 김청주 씨, 이상석 씨, 아메데오펠리사 페라리 최고경영자(CEO), 홍익대 차주천 교수. 페라리 제공
대학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자동차, 정확히 말하면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페라리’ 때문이었다.
남들과 달리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지 않았던 안드레 씨(25)는 2005년 자동차 잡지에 실린 ‘페라리 월드 디자인 공모전’ 기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 학교를 대상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일단 대학에 가야 했다. 대안학교를 나온 탓에 중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 2006년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연이어 통과했다. 2007년 수능을 치르고 이듬해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올해 2월, 지도교수인 정주현 교수가 믿을 수 없는 말을 건넸다.
“페라리 공모전 참가 학교에 우리 학교가 포함됐다. 너도 한번 해보지 않겠니?”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무조건 참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 후배인 김청주(23) 이상석 씨(22)와 함께 팀을 꾸려 5개월 동안 작업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안 씨는 “최종 마감일인 15일까지 페라리 공모전을 제외한 다른 것은 모두 잊고 살았다”고 했다.
페라리 고유의 성능과 우아함을 유지하면서 최신 기술과 재료를 이용해 미래의 페라리를 디자인하는 것이 이번 공모전의 과제였다. 공모전의 총괄은 안 씨가, 내부 디자인은 김 씨가, 3차원(3D) 모델링은 이 씨가 각각 맡았다. 안 씨는 “디자인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대로 차량을 생산했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점이 어려웠다”며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WCU)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디자인 프로그램과 장비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9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페라리 본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안 씨 팀은 주어진 소프트웨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오토데스크 디자인 어워드’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전 세계 유명 디자인학교 학생 200여 팀과의 경쟁에서 상을 하나 탄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하지만 시상식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이름이 불렸다. 안 씨 팀이 출품한 ‘영원(eternity)’이란 이름의 탄소 소재 미래형 2인승 자동차가 올해 공모전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것. 전면부를 강조한 역동적인 디자인이 호평을 받았다. 페라리는 “페라리의 전통에 대한 최고의 디자인 해석과 함께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대상 수상으로 안 씨는 9월부터 페라리 디자인팀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안 씨는 “동경해왔던 공모전에서 수상해 영광”이라면서도 “인턴으로도 좋은 활약을 보여 페라리 디자인팀에서 정식 직원으로 근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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