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40세)을 넘으면 많은 사람이 도전을 포기합니다. 60세를 넘어도 공부하고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주광일 전 서울고등검사장(68·사진)이 미국 워싱턴 변호사 시험에 응시해 최근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는 이번 시험 합격자 가운데 최고령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서울고검장을 지내다가 검찰에서 물러난 후 국민고충처리위원장(현 국민권익위원장)을 마지막으로 2001년 공직에서 은퇴한 그는 현재 세종대 석좌교수와 변호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8일 워싱턴 항소원에서 합격자 선서를 앞두고 있는 주 전 검사장은 3일 기자와 만나 “책을 읽고 배우고 공부하는 것은 끝이 없는 길”이라며 “공직을 통해 터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10년은 더 후배들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게 소박한 꿈”이라고 말했다.
68세라는 나이에 워싱턴 변호사 시험에 응시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우리는 나이를 이유로 너무 일찍 학습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 같은 사람이 시험에 합격하면 공부를 하는 30, 40대 직장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시험을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 변호사 시험은 미국 내 로스쿨에서 26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하고 주관식 문제도 많아 다른 주 변호사 시험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이번 시험에서 합격률은 48%였다.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할 거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미국 변호사 시험에 도전하려는 학생뿐 아니라 주경야독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시험을 봤다”고 대답했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1965년, 5회 사법시험에 최연소인 만 22세로 합격했다. 1974년 미 국무부 초청으로 조지타운대와 조지워싱턴대에서 공부했으며 1979년에는 서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인 2006년엔 환갑을 넘은 나이에 시카고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특별수사통으로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 수사 때 검시(檢屍)를 맡으며 검사로서는 유일하게 수사에 참여했다.
“배우는 데에는 나이가 없습니다. 검찰 후배들도 폭탄주를 그만 마시고 평소에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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