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잘하고 싶어서” 혀 연장수술 받은 英소녀

  • 입력 2011년 8월 13일 03시 00분


정확한 한국어 발음을 위해 혀 수술을 한 영국의 리애넌 브룩스뱅크존스 양이 수술 후 1cm 길어진 혀를 내보이고 있다. 들고 있는 책은 한국어 책들이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정확한 한국어 발음을 위해 혀 수술을 한 영국의 리애넌 브룩스뱅크존스 양이 수술 후 1cm 길어진 혀를 내보이고 있다. 들고 있는 책은 한국어 책들이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자녀의 유창한 영어 발음을 위해 설소대(혀를 위로 들었을 때 보이는 가느다란 힘줄) 수술을 하는 한국 부모의 유별난 교육열은 익히 알려진 얘기. 그런데 영국에서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11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정확한 한국어 발음을 위해 혀 수술을 감행한 영국 소녀 리애넌 브룩스뱅크존스 양(19)의 사연을 소개했다.

2년 전부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브룩스뱅크존스 양은 최근 몇몇 한국어 발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자주 쓰이는 ‘ㄹ’ 발음이 가장 고역이었다. 영어의 ‘L’ 발음보다 혀를 더 길게 뻗어야 하는 데 잘되지 않았다.

고민 끝에 병원을 찾은 그는 자신의 혀가 일반인 평균보다 조금 짧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설소대가 비정상적으로 두꺼워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의사는 그의 상태를 설소대가 짧아 혀의 운동이 제한되는 ‘설소대 단축증(ankyloglossia)’이라고 표현했다.

브룩스뱅크존스 양은 부모와 한국어 선생님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고 혀 길이를 늘이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의사는 수술 부작용으로 모국어인 영어 발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수술은 노팅엄의 퀸스메디컬센터에서 20분 동안 진행됐다. 브룩스뱅크존스 양의 혀는 수술 전보다 1cm 정도 길어졌다. 예전에는 힘들었던 한국어 발음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는 “수술 전 내 한국어 발음은 너무 ‘외국인같이’ 들렸다. 이제 나는 거의 한국인처럼 말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다른 나라 언어의 발음을 잘하기 위해 혀 수술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 질문에 브룩스뱅크존스 양은 “내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왜냐하면 나는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수술에 찬성했던 어머니 피오나 씨(56)는 “딸은 뭔가 하나에 관심을 가지면 파고드는 성격이다. 한국어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학교 친구를 통해 아시아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브룩스뱅크존스 양은 친구들 사이에서 한국통(通)으로 불린다. 웬만한 케이팝과 한국 TV프로그램은 모두 꿰고 있다. 한국 사람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말이 없지만 친해지고 나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한국어로 된 성경을 공부하러 한국 교회에 나가고 있다.

현재 목표는 한국학 과정이 개설돼 있는 영국 셰필드대에 입학하는 것. 한국학을 연구하거나 경영학을 전공하는 게 꿈이다. 무엇보다 이 대학에 입학하면 1년간 한국에 있는 연세대 부설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브룩스뱅크존스 양은 “혀 수술은 내가 얼마나 한국어에 헌신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며 “언젠가 한국에서 직장을 얻어 살게 되면 한국어를 완벽하게 말하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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