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교사 2명, 서울 풍문여고서 한국말로 ‘문화재 반환 의미’ 특별수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0일 03시 00분


“日은 왜 그럴까 하는 의문 조금 풀렸나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에서 문화재 반환과 일본 사회에 관한 수업을 한국어로 진행한 나가오지마코 교사. 그는 “아시아 다른 나라를 얕보는 일본 우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본 내에도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에서 문화재 반환과 일본 사회에 관한 수업을 한국어로 진행한 나가오지마코 교사. 그는 “아시아 다른 나라를 얕보는 일본 우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본 내에도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문화재 반환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페루는 미국에 마추픽추의 문화재 반환을 요청해 결국 받아냈고, 그리스는 영국에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받아내지 못했어요. 문화재 반환을 요청하는 나라들은 역사적 아픔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누구 아는 사람?”

19일 오전, 약간 어눌하지만 뜻은 정확하게 전달되는 한국말이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강당을 울렸다. 이날 풍문여고 1, 2학년 100여 명은 일본 중고교 교사 2명이 ‘문화재 반환을 계기로 본 올바른 역사인식과 평화 방안’을 주제로 진행하는 특별수업을 들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일본 교사는 사이타마(埼玉) 현 사이타마 시 슈쿠도쿠요노(淑德여野)중고교에 재직 중인 나가오 지마코(長尾知眞子) 씨와 미야우치 노부히토(宮內伸人) 씨. 이들은 자매결연 학교인 풍문여고가 조선왕실의궤 등 약탈 문화재의 한국 반환 협정을 계기로 교환수업을 진행하자는 제안에 응해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지원하는 ‘역사교사 해외교환 방문수업’에 응모해 비용을 제공받았다.

나가오 교사는 문화재 반환을 두고 일본에서 어떤 목소리가 있었는지,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어떤 부침을 거쳤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일본에는 애국심을 강조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애국심 자체가 뭐가 문제냐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을 얕보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나가오 교사는 현재 자민당에서 주로 우익 성향의 사람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같은 사상가의 영향을 받아 그 뿌리가 깊다는 얘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물론 일본 민주당을 비롯한 많은 사람은 문화재 반환에 찬성했다는 사실도 함께 소개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역사적 관계는 나쁜 때도 있었지만 조선통신사가 다녀갔던 에도시대처럼 좋은 때도 있었고, 일본 내에도 우익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에서 수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야우치 교사는 “문화재의 반환에 대하여-‘북관대첩비’의 반환의 경위에 대하여”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남북한은 일본 시민단체와 협력해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의 승전비인 북관대첩비를 2005년 일본 야스쿠니(靖國)신사에서 받아내 2006년 3월 함경북도 길주에 보낸 적이 있다.

그는 수업에서 △문화재의 반환 운동은 처음부터 정부 차원에서 움직인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시작해 확대됐다는 점 △그 과정에서 양국 민간단체의 상호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 △문화재의 반환이라고 하는 운동은 하나의 수단으로 양국민이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자체가 중요하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수업을 들은 정수미 양은 “일본을 비롯해 영국 미국 등 문화재를 내놓지 않으려는 나라들의 입장도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교환수업을 제안한 풍문여고 조한숙 역사교사는 “평소 학생들이 ‘일본은 대체 왜 저런 행동을 하나요’란 질문을 많이 받아 일본 교사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교환수업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9월 말에는 풍문여고 교사 2명이 일본을 찾아 같은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