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8경기 승리 기록 美대학농구계 최고 감독 서밋 씨, “난 치매” 용감한 고백… “힘내라” 응원 불길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테네시大 여자농구팀 이끌어… 대학측 “감독 계속 맡아달라”

치매에 걸린 사실을 당당히 공개한 팻 서밋 감독이 경기에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선수들에게 사인을 보내며 독려하고 있다. 사진 출처 워싱턴포스트
치매에 걸린 사실을 당당히 공개한 팻 서밋 감독이 경기에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선수들에게 사인을 보내며 독려하고 있다. 사진 출처 워싱턴포스트
팻 서밋 미국 테네시대 여자농구팀 감독(59·여)은 지난해부터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기 도중 타임아웃을 불러놓고는 왜 불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떤 작전 지시를 내려야 할지 선수들 앞에서 얼버무린 적도 있었다. 아침에 훈련을 소집한 것을 까맣게 잊고 늦잠을 자기도 했다.

올봄 대학농구 시즌이 끝난 후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한 서밋 감독은 치매 진단을 받았다. 미 대학농구계 최고 감독으로 통하는 그에게는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선수들을 통솔해야 하는 감독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밋 감독은 지난 37년 동안 테네시대 ‘레이디 볼스’ 여자농구팀을 이끌며 대학농구팀 남녀 감독을 통틀어 가장 많은 1078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미 대학농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NCAA 토너먼트에서 8번이나 우승컵을 차지했으며 2000년 농구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선수들의 학업에도 관심을 쏟아 그가 감독으로 재직하는 동안 모든 선수는 정규 학점을 이수해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서밋 감독은 수개월의 고민 끝에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 그의 변호사는 “즉시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며 극구 말렸지만 그는 “평소 훌륭한 선수가 되기 전에 정직한 선수가 되라고 강조해 왔다”며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계속 감독 직을 수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지미 치크 테네시대 총장은 “당신은 지금도, 앞으로도 우리의 영원한 감독일 것”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감독직을 맡아 달라”고 화답했다. 선수들도 “감독님이 경기 때마다 우리에게 강조해온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치매와 싸우면서 직접 보여 달라”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앞으로 서밋 감독은 경기 중 작전 지시처럼 순발력이 필요한 업무는 코치에게 맡기고 총괄적인 작전 구상과 훈련 업무에 전념할 계획이다.

24일 서밋 감독의 스토리를 소개한 워싱턴포스트는 “그는 요즘 아침마다 큰 소리로 신문을 읽고 수학 문제를 풀며 저녁에는 몇 시간씩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인지 기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11-08-25 14:48:13

    (선플)치매임을 당당히 알린 서밋감독에게 그간의 노고에 대해 박수를 보냅니다.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다니 다행이면서 치매가 발전되지않게 노력해야겠네요

  • 2011-08-25 11:32:05

    감독의 용기도 대단하지만 총장은 더 대단하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네요~ 선수들도 감동이구요~ 부럽네요~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