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 씨(48)는 피곤해 보였다. 나흘 전 귀국한 그는 시차적응 때문에 이날도 새벽에야 토막 잠을 잤다고 했다. 4월 ‘엄마를 부탁해’의 영문판 출간 이후 쏟아지는 주위의 뜨거운 관심에 “기대가 많아서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있다”며 부담스러워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컬럼비아대 객원연구원으로 떠난 지 1년 만에 귀국한 신 씨를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났다.
“작가들이 그런 말을 하잖아요. 자기 작품이 자식 같다고. 저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많았는데, 뭐랄까, ‘엄마를 부탁해’는 제게 ‘엄마’ 같은 작품이에요. 제가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죠.”
‘엄마를 부탁해’는 28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이 가운데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 15개국에서 출간됐다. 6월 인터넷서점 아마존 상반기 결산에서 편집자가 뽑은 베스트 10에 꼽히는 등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신 씨는 그동안 북미 7개 도시와 유럽 8개 도시, 이스라엘에서 북투어를 가졌다.
“지난 1년은 제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꿈을 갖게 하고 꿈을 꾸게 하는 기간이었어요. 정말로 영어권에서 출판되고 난 후 반응은 제가 전혀 짐작하지 않았던 것들이었죠. 하나의 물방울이 점점 수많은 물방울이 되는 것 같은….”
그는 해외에서 ‘엄마를…’에 대해 현대와 전통의 단절, 혹은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와의 대립, 아니면 물질문명이 만들어놓은 변질된 세계 등 다양한 작품 분석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작품의 힘에 대해 “과거에서 현재로 오는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이 소설에 들어 있다는 점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문학의 세계 진출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해외 출판시장에서 유럽이나 영미권 문학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았고, 한국 문학을 희망이나 대안 정도로 보는 경향을 느꼈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생기고, 그게 다 정리되지 못한 채 다음 시간으로 넘어가죠. 한국이 가진 특수한 문화들이 서사적으로 해외 독자들에게 강하게 다가서는 것 같아요.”
신 씨는 내달 3∼12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브리즈번 작가 페스티벌’에 참석하고, 같은 달 14∼18일 일본에서 일본어판 출간 기념행사를 갖는다. “아직 귀국했다기보다는 잠시 한국에 머무는 것 같다”는 신 씨는 “호주와 일본 행사가 끝나면 집에서 칩거하며 새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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