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손영자 “장학금에 써달라” 위대한 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못배운게 恨”… 노점상으로 모은 전재산 11억여 원 기부하고 세상 떠난 손영자 씨
영남대에 6억4000만원-복지시설에 5억3000만원 남겨

혼자 살던 60대 여성이 평생 모은 11억여 원을 장학금 등으로 내놓고 숨을 거뒀다. 올해 7월 지병이 악화돼 66세를 일기로 숨진 손영자 씨(대구 중구 대신동·사진)의 친척은 6일 영남대를 찾아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6억4000만 원을 기탁했다. 또 나머지 5억3000만 원은 사회복지시설 2곳에 나눠 기부했다. 이 돈은 손 씨가 노점상을 하면서 모은 돈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겨우 마치고 생업에 나선 손 씨는 동전 하나라도 악착같이 모았다고 유족은 전했다. 그의 유일한 유족인 사촌동생 손영호 씨(63)는 “누님께서 병이 깊어지자 모은 돈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의논했다”며 “본인이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을 평생 한스럽게 여겼기 때문인지 장학금을 내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손 씨는 번 돈을 모두 은행에 저축해 건물 같은 부동산은 남기지 않았다. 영남대 외에 대구지역 복지시설에 기탁한 이유는 그가 집 한 칸 장만하지 않은 채 복지시설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손 씨는 10여 년 전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이 나빠졌지만 생업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못하다 지난해부터 영남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는 입원 대신에 통원 치료를 하면서까지 돈을 모았다고 한다. 버스정류장에서 병원 입구까지 거리가 500m가량이어서 걸어 다니면 상당히 불편한데도 택시 대신 버스를 타고 다녔다. 병원 관계자는 “좀 일찍 치료를 시작했더라면 병세가 급격히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손 씨는 장학금 기부를 위한 법적 절차가 끝난 뒤에도 “7억 원을 맞춰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하면서 눈을 감았다고 유족은 전했다. 영남대는 ‘손영자 장학기금’을 만들어 매년 학생 10여 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줄 예정이다. 이효수 영남대 총장은 “학교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온갖 고생을 하면서 모은 거액을 선뜻 내놓은 사정을 듣고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며 “참으로 귀한 고인의 뜻을 받들어 인재 육성에 소중하게 쓰겠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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