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학 창시자 佛 볼통 소장 “美와 이슬람의 소통부재가 10년전 9·11테러 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소통은 상대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세계적인 사회학자 도미니크 볼통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장(사진)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이 ‘21세기 새로운 세계화 시대의 열린 소통’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컴퓨터 공학, 인류학 등을 접목시킨 ‘소통학’을 창시한 사회학자다. 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9·11테러에 대해 “테러리스트의 소행이긴 하지만 9·11테러의 발생 원인에는 수많은 잘못된 정보와 이에 대한 몰이해가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TV와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가 넘쳐났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이슬람 문명을 이해하지 못한 반면 이슬람권은 모욕을 받고 있다고 느끼면서 빚어진 소통 부재가 테러로 이어졌다”며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서로의 소통이 나아졌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유럽이 미국보다는 이슬람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그의 설명에 2007년과 2010년 일어난 프랑스 내 이민자 폭동을 예로 들며 “프랑스도 소통의 다른 형식인 톨레랑스(관용)를 잃은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프랑스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가 경제위기로 문을 닫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세계화의 시대에 경제는 개방하려고 하면서도 이민 문제에는 문을 닫고 있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적인 남북통일은 남측이 ‘북한 사람들은 덜 똑똑하고, 덜 발전했을 것’이라고 단정 짓지 않으면서 단절된 66년간의 세월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남북 간의 소통 방법을 권유했다. 통독 이후 서독인이 동독인을 깔보면서 동서독 간 문화적 긴장감이 조성돼 통합을 저해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무아마르 카다피가 쫓겨난 이후의 리비아에 대해 “세계는 리비아뿐 아니라 튀니지 이집트와의 소통 과정에서 서구 모델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그들이 인종,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면서 민주주의를 이루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 간 내면적인 소통에는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사람들이 왜 서로 잘 이해하지 못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30여 년간 세상의 소통 문제를 고민해 온 ‘소통의 달인’에게도 어려운 대상은 존재하는 법. “부부 간 소통이 잘되느냐”고 묻자 “제가 소통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집 안에서는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아내가 화내지 않도록 진정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다”며 웃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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