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출신 두번째 사무관 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KAIST 석사 밟던 중 발병
하반신 마비된 박상현 씨… 5급 공업직 합격 새 인생

2006년 말 KAIST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박상현 씨(33·사진)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병원을 찾은 뒤 병명조차 알 수 없는 희귀 근육질환을 앓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된 것. 공군에 입대해 2001년 병장으로 제대까지 했던 박 씨는 하반신이 마비돼 결국 휠체어에 의지하게 됐고 2007년 1월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박사 과정을 마치기 위해 오히려 더 공부에 매진해 2010년 2월 졸업장을 받아 들었다. 굳은 의지로 공부를 마쳤지만 사회는 냉혹했다. 자신과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은 졸업도 하기 전에 대기업이나 연구소에 취업을 했지만 박 씨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1년 가까이 일자리를 찾던 그는 특허청 계약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특허 심사 분야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한 박 씨는 올해 4월 행정안전부 중증장애인 채용시험에 응시해 당당히 5급 공업직에 합격했다. 지난해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처음 5급 사무관에 합격한 지정훈 씨(32)에 이어 박 씨는 두 번째 중증장애인 출신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박 씨는 “그동안 도움만 받으며 살아왔는데 앞으로는 내 능력으로 남을 돕고 싶다”며 “특허 심사 전문가가 되기 위해 법률 공부를 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행안부는 2008년부터 실시해 온 중증장애인 채용의 올해 최종합격자를 14일 발표했다. 총 398명의 응시자 가운데 박 씨를 포함한 25명이 최종 합격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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