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대둔사 주지 진오 스님(48·사진)은 요즘 오후에 절을 비우기 일쑤다. 매일 구미 금오산을 찾아 달리기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하루에 보통 10∼15km 정도를 쉬지 않고 뛴다. 주말에는 거리를 늘린다. 한 번에 4, 5시간씩 30km를 달리고 있다.
마라톤에 푹 빠진 스님은 ‘철인 스님’으로 불교계에 잘 알려져 있다. 스님이 달리는 이유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한국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이주민들 때문이다. 4월에는 교통사고로 왼쪽 뇌를 잘라낸 베트남 이주노동자 마이반또안 씨(27)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불교 108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108km를 완주했다.
이번에는 다문화 모자를 위해서 달린다. 22일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이 주최하는 ‘한반도횡단 308km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강화도∼강원도 강릉을 64시간 안에 달리는 대회다. 스님은 이 대회에 출전해 다문화 모자를 위한 공동주택 지원비용 5억 원 모금행사를 홍보한다. 한국으로 시집와서 남편의 사망이나 폭행, 이혼 등으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집을 마련할 때까지 3년간 보호해줄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줄 계획이다. 총 10가구 20여 명이 살 수 있도록 꾸밀 생각이다. 목표는 후원자 1인당 5만 원씩, 모두 1만 계좌를 후원받는 것이다.
4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체력 걱정이 많다는 진오 스님은 “300km 마라톤은 처음 출전이라 조금 걱정된다. 내 기록에 연연하기보다는 완주를 통해 모금 소식을 널리 알려서 많은 후원이 이어지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주 노동자 지원단체 ‘꿈을 이루는 사람들’ 대표인 진오 스님은 올 8월에는 구미시 지산동에 무연고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오뚜기 쉼터’를 열기도 했다.
진오 스님은 다문화 모자를 위한 공동주택 모금을 2012년 8월 31일까지 진행한다. 모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maha108.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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