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좁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간사이(關西) 지역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평균 600km나 떨어져 있습니다. 서울과 중국 다롄(大連) 간 거리보다 멉니다. 바람도 동쪽으로 불고 있어 방사능 영향은 전혀 없습니다.”
야마다 게이지(山田啓二·57·사진) 일본 교토(京都) 부 지사는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를 방문해 한국인들이 다시 간사이 지역을 찾아줄 것을 호소했다. 야마다 지사는 간사이 광역연합의 관광·문화 진흥을 총괄하고 있다. 광역연합은 교토 부, 오사카(大阪) 부, 시가(滋賀) 현 등 간사이 지역 2부5현 지사가 지역 현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말 결성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전년 대비 40%나 급감한 데다 최근에는 엔고까지 겹쳐 관광산업의 피해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이럴 때 방문하면 대접받을 수 있다”며 “특히 교토 부는 해외 단체관광객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한편 쇼핑 때도 우대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인에게 교토 관광의 매력은 뭘까. “교토는 한반도를 통해 중국의 앞선 문화가 처음 들어온 곳으로 일본 문화의 고향이다. 일본 1200년 역사에서 1000년간 도읍지였기 때문에 일본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아시아 문화와 일본 고유문화를 함께 보고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산의 능선을 가리는 건물은 못 짓게 규제하는 등 주변의 경치를 내 것으로 즐기는 차경(借景)이라는 문화와 함께 기모노, 도자기 등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산업이 남아 있다. 해산물도 풍부하다. 범위를 간사이 지역으로 넓히면 세계유산만 4곳이나 된다. 재일동포가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야마다 지사는 한국과의 교류확대에도 적극적이다. 김석기 주오사카 총영사의 주선으로 올해 7월 교토 부 북단에 있는 마이즈루(舞鶴) 시, 포항시와 3자 간 경제교류 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경북도와의 교류 협정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에서 인구당 대학생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인 만큼 한국 대학과의 교류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한류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요즘 한류 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보고 있다. 교토 부 비서과 송년회 때는 모두 카라의 엉덩이춤을 추기도 했다. 한류는 이제 일본의 일상적인 문화가 됐다. 또 서울에 와보면 젊은 일본인 여성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그런 걸 누가 억지로 막을 수도 없다. 일부 안티 팬이 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이렇게 양국 간 교류가 확대되어 가면 새로운 문화가 생겨날 것이다.”
관료 출신으로 3선째인 야마다 지사는 현재 전국지사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일본의 대표적인 지방행정 개혁 전문가로 통한다. 교토 부가 2000년을 전후해 재정 위기를 맞자 당시 총무부장이던 그는 공무원 급여부터 삭감하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던 지방보조금을 줄이는 등 개혁조치를 주도해 지방 재정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일 양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선심성 복지는 결국 현재 세대든 미래 세대든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취약 계층을 지원하되 이들이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지 않으면 재정은 언젠가 파탄난다. 정책의 균형이 중요하다. 그래서 저도 주민 복지 하면서 한국에 관광 세일즈 온 것이다.”(웃음)
야마다 지사는 “한일 관계가 좋으면 아시아 전체 지역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며 “관광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인 만큼 일본을 많이 찾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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