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에서 역법 전수’ 입증… 日 고분서 6세기 칼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일본이 6세기에 백제를 통해 역법을 배웠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철제 대검이 후쿠오카 시 모토오카 고분에서 출토됐다. 아래 사진은 X선으로 녹슨 칼의 표면을 촬영한 모습. 아사히신문 제공
일본이 6세기에 백제를 통해 역법을 배웠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철제 대검이 후쿠오카 시 모토오카 고분에서 출토됐다. 아래 사진은 X선으로 녹슨 칼의 표면을 촬영한 모습. 아사히신문 제공
일본이 6세기에 백제 역박사(曆博士·주역학자)를 통해 역법(曆法)을 배웠다는 것을 증명하는 칼이 발견됐다고 일본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일본 후쿠오카(福岡) 시 교육위원회는 이날 7세기 중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후쿠오카 시 니시(西) 구 모토오카(元岡) 고분군 G6호 고분(지름 18m)에서 간지(干支)로 서기 570년을 뜻하는 ‘庚寅(경인)’ 등의 문자 19자가 새겨진 상감(象嵌) 철제 대도(大刀)가 출토됐다고 발표했다. 길이 75cm인 칼의 손잡이에 가까운 칼등 부분에는 ‘大歲庚寅正月六日庚寅日時作刀凡十二果*’(대세경인정월육일경인일시작도범십이과*)’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는 연(鍊)자로 추정된다.

일본 학자들은 대세(大歲)와 경인(庚寅)이라는 글자에 주목했다. ‘대세’가 일본서기에 인용된 ‘백제본기’에서 사용된 문자이고 백제 사찰에서 출토된 목조 사리용기에서 같은 문자가 567년을 가리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히라카와 미나미(平川南) 국립역사민속박물관장은 “백제의 달력 사용법과 똑같다. 백제에서 역박사가 왔다는 일본서기의 기술이 옳다는 점을 증명한 대발견”이라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일본서기에는 일본이 553년 백제에 역박사를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다음 해 역박사가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적혀 있다.

사카우에 야스토시(坂上康俊) 규슈대 교수는 “‘경인’이라는 문자는 남북조시대 송(宋)에서 백제를 거쳐 일본에 전해진 ‘원가력(元嘉曆)’의 간지이며 서기 570년을 의미한다”며 “(백제의) 역박사가 일본에 온 뒤 원가력이 보급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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