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120km 떨어져 있는 지점에 위치한 ‘라마호텔’ 마을에 처음으로 전깃불이 켜졌다. 이곳은 랑탕국립공원 내 해발 2478m 지점에 있는 오지. 7가구 3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산골마을이지만 히말라야 등반과 트레킹을 즐기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1만여 명이나 다녀가는 곳이다.
서울대 공대 기계항공공학부 안성훈 교수와 학생 13명으로 이뤄진 ‘서울대 네팔-솔라 봉사단’은 지난달 11∼18일 이곳에 태양광 발전시설과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80개를 설치했다.
네팔로 전기 봉사를 나간 데는 지난해 말 안 교수와 한 대학생의 대화가 계기가 됐다. 제자 중 한 명인 네팔 출신 비나약 반다리 씨(31·박사 과정)가 “네팔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 많다”고 한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안 교수의 생각에 공감한 학부생 및 대학원생 13명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반다리 씨와 카트만두대의 도움을 받아 라마호텔 마을을 봉사활동 대상지로 선택했다. 랑탕국립공원 안에 있는 이 마을은 개발이 제한돼 앞으로도 10년간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곳이었다. 봉사단은 이 지역에 첨단 태양전지 패널과 전력 소모가 적은 LED 전구를 이용해 조명을 공급하기로 했다. 필요한 예산 4500만 원은 대부분 봉사 취지에 공감하는 동료 교수의 도움으로 마련하고 모자라는 것은 안 교수와 학생들이 충당했다.
지난달 11일 카트만두에 도착한 이들이 단 120km 떨어진 마을까지 가는 데는 꼬박 이틀이 걸렸다. 장비 운송엔 70명의 짐꾼과 노새 2마리가 동원돼 하루 종일 산을 올랐다.
마을에 도착한 봉사단은 이틀간의 공사 끝에 2kW 태양전지판과 7가구의 방과 화장실 그리고 2개의 공동 주방에 전등을 설치했다. 공사가 마무리된 지난달 15일 저녁, 이 마을 역사상 처음으로 환한 전깃불이 히말라야의 어둠을 밝혔다. 첫 전등불 밑에서 봉사단과 마을 주민들은 한자리에 모여 네팔 민요 ‘레샴 피리리’를 박수를 치며 불렀다.
안 교수는 “2kW의 전기로 한국에서는 히터 2개밖에 못 켜지만 네팔에서는 1년에 1만 명의 밤을 밝혀줄 수 있다”면서 “때마침 이날이 우리 광복절이었는데 말 그대로 네팔에서도 광복절(光復節)이 생긴 셈”이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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