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기독수행처 ‘테제’에 웬 장삼가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일 03시 00분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등 20명 방문
年 10만명 ‘순례자 성지’ 노하우 배워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알로이스 원장 수사(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등 스님들과 프랑스 테제공동체 수사들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낮 기도에 참석한 뒤 교회를 나서고 있다. 테제=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알로이스 원장 수사(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등 스님들과 프랑스 테제공동체 수사들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낮 기도에 참석한 뒤 교회를 나서고 있다. 테제=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주님 일어나소서. 나의 하느님 구하여 주소서….”

교회 가득히 낭랑한 성경구절이 울려 퍼졌다. 독창자들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 한 구절씩 부르면 참석자들이 이를 받아 ‘알렐루야’를 노래했다.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 남동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마을 테제에 있는 테제 공동체 내 ‘화해의 교회’. 나이도, 출신 국가도 각각인 순례자 500여 명이 의자도 없는 마룻바닥에 차례로 들어섰다. 참석자 대부분은 의외로 10, 20대 젊은이였다. 눈을 감은 채 기도에 빠져든 사람들 사이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여성도 보였다. 10분의 침묵 뒤 알로이스 원장 수사(57)의 짧은 기도와 찬송가를 끝으로 1시간의 낮 기도는 끝났다.

테제 공동체는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젊은 순례자가 찾아와 노동하고 기도하는 기독교 수행처. 1940년 창설 이후 특히 젊은 순례자들의 ‘메카’가 됐다. 매년 10만여 명이 찾고 있으며 한국 방문객은 한 해 500여 명이다.

이날 이곳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모습을 보였다. 대한불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등 스님 20여 명이 가사(袈裟) 차림으로 기도에 참석한 것. 테제 공동체의 유일한 한국인 수사인 신한열 씨(49)는 “범기독교 내 종교인들은 자주 오지만 뿌리가 다른 불교계가 종단 차원에서 참석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신 수사는 “공동체는 기도의 양식은 간단하게 하고 순례자들, 특히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다른 수도원에서 2년간 수행했던 향적 스님(선본사 주지)은 “가난하지만 밝은 공동체의 모습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사찰과 교회는 더욱 낮은 자세로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제에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몰리는 이유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방성’이 꼽힌다. 벨기에 출신의 한 교사(45)는 “학생 30여 명과 함께 일주일 동안 머무르고 있다. 기도와 대화를 통해 ‘나의 길’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테제의 순례자가 되면 하루 세 차례의 기도와 그룹별 모임, 1시간여의 노동을 하고 오후 8시 반 저녁기도 이후에는 ‘대침묵’을 지킨다. 외부 도움 없이 순례자들이 내는 35∼50유로(약 4만7800∼7만8000원·일주일 기준)로 운영된다.

알로이스 원장 수사는 “2008년 해인사를 방문했는데 독신 수행자들의 진지한 수행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템플스테이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테제 공동체에 배우러 왔다. 사람들의 순수하고 밝은 표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테제=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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