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작품은 동양적 가치를 서양적 매체인 비디오를 통해 표현했다는 점에서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미국 워싱턴 국립미술관에서 3월 13일 시작된 ‘백남준 작품전(In the Tower: Nam June Paik)’이 7개월여에 걸친 대장정을 마치고 2일 막을 내렸다. 백남준전을 기획한 해리 쿠퍼 국립미술관 현대미술 수석 큐레이터는 9월 30일 동아일보 기자와 함께 전시회를 둘러보며 “하루 평균 5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은 매우 성공적인 전시회였다”고 말했다.
백남준의 작품 20점은 세계적인 건축가 I M 페이가 설계한 국립미술관 동관의 타워갤러리에 전시됐다. 타워갤러리는 국립미술관 동관에서 가장 고즈넉한 전시공간이기는 하지만 맨 위층에 자리 잡고 있어 관람객들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쿠퍼 큐레이터는 “열심히 계단을 올라 타워에 도착한 관람객들이 ‘하나의 촛불, 촛불 영상’ ‘세 개의 달걀’ ‘손을 펴고 서 있는 부처’ 등 백남준의 대표적인 비디오 설치 작품들 앞에서 오랫동안 명상에 잠겨 서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뉴욕 휘트니 미술관(1982년)과 구겐하임 미술관(2000년) 전시회 이후 미국에서 대형 백남준 작품전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쿠퍼 큐레이터는 “국립미술관은 지난해 백남준의 마지막 비디오 작품인 ‘엄마’를 구입한 이후 그의 전시회를 적극 추진해 왔다”며 “백남준의 폭넓은 예술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비디오 작품 외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드로잉 작품도 다수 전시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예술학 박사인 그는 “2006년 타계한 백남준 선생을 생전에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열렬한 팬”이라고 덧붙였다.
쿠퍼 큐레이터는 “렘브란트, 고흐, 피카소 등 거장 화가들의 작품에 주력해온 국립미술관이 백남준 같은 현대 설치예술가의 작품전을 연 것은 매우 신선한 시도였다”며 “이번 기회를 놓친 백남준의 팬들은 내년 12월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기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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