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미국 워싱턴 상원 덕센빌딩 회의실에서 100여 명의 방청객이 다큐멘터리 영화 ‘헤어진 가족들’을 관람하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언제나 그리웠던 오빠, 몹시도 보고 싶던 오빠, 우리를 찾기 위해 눈물 흘린 오빠….”
나이 60은 훌쩍 넘어 보이는 한복 차림의 자매가 오빠를 그리는 노래를 부르다 결국 눈물을 흘린다. 북한에 두고 온 여동생을 만나기 위해 근 60년 만에 고향을 사흘간 방문한 재미교포는 여동생들에게 “건강 조심하고, 울지 마”라고 말하며 고향을 떠난다. 동생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꾹 참았던 그는 차에 오른 뒤 눈물을 펑펑 쏟는다. 4일 오후 6시 워싱턴 미국 상원의 덕센빌딩 회의실에서 재미 이산가족의 애절한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헤어진 가족들(Divided Families)’이 상영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함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공부 중인 재미교포 제이슨 안 씨(27·의대 재학)와 유진 정 씨(27·비즈니스스쿨 재학)가 공동으로 만든 작품.
두 사람의 외할머니는 모두 6·25전쟁 때 북한의 가족과 헤어져 남하한 이산가족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2006년 한국을 방문하면서 이산가족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
“외할머니는 고향 함경북도에 두고 온 여동생을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 같은 아픔을 안은 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나는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도대체 뭐 하고 지냈는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습니다.”(안 씨)
안 씨와 정 씨는 뉴욕과 뉴저지, 워싱턴, 버지니아, 유타,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각지를 돌면서 재미 이산가족 17명을 인터뷰했다. 2009년 뉴욕에서 6·25전쟁 관련 행사를 하면서 2만 달러를 모금했다. 두 사람은 이산가족을 따라 직접 북한까지 가서 영화를 촬영했다. 프로듀서 역할도 했다. 정 씨는 “미국에는 10만 명의 이산가족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이 70∼90대의 고령으로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안 씨는 “미 전역을 돌면서 대학과 교회 등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마크 커크 상원의원과 보좌관 등 100여 명이 시사회장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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