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완득이에게 걸핏하면 욕을 한다. 완득이는 “샘(선생님),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라고 따진다. 이한 감독의 영화 ‘완득이’(20일 개봉)에서 배우 김윤석(43)이 맡은 욕쟁이 교사 동주의 모습이다.
하지만 마음은 비단결이다. 완득이가 젖먹이 때 떠난,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인 엄마를 찾아주고, 교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돌보는 것도 동주다. 다문화, 공교육 붕괴 문제가 녹아있는 이 영화에서 동주는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가는 핵심 인물이다.
“쉽지 않은 주제를 쿨하게 다룬 시나리오에 끌렸어요. 주어, 동사로 이루어진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좋았죠. 형용사와 부사가 가득한, 관념적이고 설명적인 시나리오는 백전백패거든요.” 김려령 작가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은 7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이 영화의 큰 미덕은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 발랄한 시선으로 문제를 응시할 뿐이다. 그는 다문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이래야 한다고 말했다. “3대가 함께 찍은 필리핀 외가 식구들의 사진을 완득이가 바라보는 장면이 있어요. 그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가족의 가치를 간직하고 있죠. 동정하기보다 그들에게 배울 걸 찾아야죠.”
전작인 ‘황해’에서 무자비한 살인마 면가, ‘타짜’에서는 노름꾼들의 전설인 아귀를 연기했던 그로서는 모처럼 만난 ‘사람 같은’ 배역이다. “인생엔 생존의 영역과 삶의 영역이 공존해요. 아귀와 면가는 생존의 영역을, 동주는 삶의 영역을 부각시킨 거죠. 두 가지 모두 매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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