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전통기와 ‘복원의 첫 불’ 타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2일 03시 00분


부여 전통문화학교내
조선시대 가마 복원해 화입식

숭례문의 장중한 처마선을 다시 빚어내기 위한 불꽃이 새롭게 타올랐다.

문화재청은 충남 부여군 규암면에 있는 한국전통문화학교 내에 조선시대 전통 기왓가마 3기를 복원해 처음 불을 지피는 화입식(火入式)을 11일 열었다. 이 가마에서 2012년 3월까지 숭례문 복원에 쓸 기와 2만2000여 장을 구워낸다.

전통기와 제작은 이 분야의 유일한 장인인 중요무형문화재 제와장 기능보유자 한형준 씨(82)가 맡았다. 한 제와장과 김찬 문화재청장이 볏짚과 소나무에 불을 붙였다. 장인의 눈은 빛났고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한 제와장은 “70년이 넘게 기와를 만들어 왔지만 국보 1호를 위한 기와라 마음가짐이 남다르다”면서 “기계기와로 할 줄 알았는데 전통기와를 올리게 되다니 그저 좋을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제자 10여 명은 숙연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이내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나무 타는 냄새가 주변을 에워쌌다.

2008년 2월 화마를 겪은 국보 1호 숭례문의 기와는 공장에서 찍어낸 것이었다. 그러나 새로 복원하는 숭례문 지붕에는 전통기법으로 만든 기와를 사용하기로 했다. 전통 기와는 사람 손으로 일일이 만들고 전통가마에서 3일 밤낮을 견뎌야 한다. 그러고 나면 기와 표면은 은회색이 된다.

전통가마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사라져갔다. 이번에 복원한 전통가마의 형태는 경기 남양주에서 발굴한 호평 1호 기왓가마를 바탕으로 했으며, 불을 때서 올리는 등요(登窯·오름식 가마)다.

전통기와는 기계기와에 비해 미세 기공(氣孔)을 많이 포함하고 있고 밀도가 낮아 급격한 기후변화에도 파손율이 낮다. 또 무게도 기계기와에 비해 20∼30% 가벼워 전통 목조건축물 구조에 더 적합하다. 기계기와는 가스가마에서 표면에 그을음을 입히지만, 전통기와는 장작가마에서 나무가 타면서 생기는 탄소를 기와에 침투시키는 ‘꺼먹이 기법’으로 만들어 자연스러운 색깔이 난다.

숭례문에 쓰는 기와는 보통 대와(大瓦)보다 길이가 10cm가량 더 길다. 숭례문 기와의 길이는 45∼49cm이며 무게는 장당 6∼8kg. 숭례문 기와를 전부 만드는 데 250t이 넘는 흙이 들어간다. 기와는 2인 1조로 하루에 120∼130장 만들어낼 수 있다. 유약은 바르지 않는다. 길이 13m, 높이 2m의 가마 1기당 한 번에 750∼800장을 적재해 70∼80시간을 굽는다. 최고온도는 1100도에 이른다.

문화재청은 이 가마에서 장식용 기와인 취두(鷲頭)와 용두(龍頭) 등도 생산할 계획이다. 내년 5월 기와를 숭례문 지붕에 올리는 일은 번와장 이근복 씨(61)가 맡는다.

부여=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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