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련 씨가 22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22회 극동방송전국복음성가경연대회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극동방송 제공
“세종문화회관은 북한으로 치면 평양 모란봉극장 같은 곳입니다. 여기서 노래했다는 게 제겐 커다란 영광이지요. 다른 북한 주민들도 방송으로 내 노래와 이야기를 듣고 자유와 희망을 얻었으면 합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부모와 작은 화장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혜련 씨(32)는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제22회 전국복음성가경연대회가 끝난 후 환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같은 탈북자 출신인 이애란 씨와 이숙경 씨가 각각 작사와 작곡을 맡은 ‘주님 얼굴 비추소서’를 불렀다. 주 씨는 2000여 명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최종 13개 팀을 뽑은 본선에 올랐지만 이날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는 “북한식 발성을 사람들이 낯설게 느껴 떨어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지만 주 씨가 선명하게 고음을 뽑아내는 북한식 발성으로 복음성가를 열창한 뒤 객석에서는 “신선하다”는 반응도 컸다.
주 씨는 2002년 탈북하기 전 북한 양강도 9군단 선전대에서 성악 가수로 활동했다. 어려서부터 성악에 두각을 나타내 17세에 선전대에 들어갔고, 19세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 독창을 해 칭찬을 받았다.
그는 2001년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극동방송을 듣게 된 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탈북자의 간증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종교란 나쁜 것이라고 교육 받았지만 거짓이란 걸 깨닫게 됐다는 것. 현재 교회 성가대에서 솔로이스트를 맡고 있는 그는 극동방송 직원 무대에서 찬사를 받은 뒤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의 권유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앞으로 이번 무대 경험을 살려 복음성가 가수로 활동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이 대회의 대상은 ‘사랑’을 부른 혼성 12인조 중창단 ‘학의 날개들’에 돌아갔다. ‘달리다굼’의 박란, ‘Right On’의 정계은, ‘나의 노래’의 킹 데이비드가 차례로 금은동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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