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앞에서 北찬양 노래하던 그녀, 10년후 南서 복음성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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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4일 03시 00분


2002년 탈북 주혜련씨 성가경연대회 본선 진출

주혜련 씨가 22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22회 극동방송전국복음성가경연대회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극동방송 제공
주혜련 씨가 22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22회 극동방송전국복음성가경연대회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극동방송 제공
“세종문화회관은 북한으로 치면 평양 모란봉극장 같은 곳입니다. 여기서 노래했다는 게 제겐 커다란 영광이지요. 다른 북한 주민들도 방송으로 내 노래와 이야기를 듣고 자유와 희망을 얻었으면 합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부모와 작은 화장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혜련 씨(32)는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제22회 전국복음성가경연대회가 끝난 후 환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같은 탈북자 출신인 이애란 씨와 이숙경 씨가 각각 작사와 작곡을 맡은 ‘주님 얼굴 비추소서’를 불렀다. 주 씨는 2000여 명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최종 13개 팀을 뽑은 본선에 올랐지만 이날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는 “북한식 발성을 사람들이 낯설게 느껴 떨어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지만 주 씨가 선명하게 고음을 뽑아내는 북한식 발성으로 복음성가를 열창한 뒤 객석에서는 “신선하다”는 반응도 컸다.

주 씨는 2002년 탈북하기 전 북한 양강도 9군단 선전대에서 성악 가수로 활동했다. 어려서부터 성악에 두각을 나타내 17세에 선전대에 들어갔고, 19세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 독창을 해 칭찬을 받았다.

그는 2001년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극동방송을 듣게 된 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탈북자의 간증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종교란 나쁜 것이라고 교육 받았지만 거짓이란 걸 깨닫게 됐다는 것. 현재 교회 성가대에서 솔로이스트를 맡고 있는 그는 극동방송 직원 무대에서 찬사를 받은 뒤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의 권유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앞으로 이번 무대 경험을 살려 복음성가 가수로 활동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이 대회의 대상은 ‘사랑’을 부른 혼성 12인조 중창단 ‘학의 날개들’에 돌아갔다. ‘달리다굼’의 박란, ‘Right On’의 정계은, ‘나의 노래’의 킹 데이비드가 차례로 금은동상을 차지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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