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4일 03시 00분


핑커 하버드대 교수, 저서 ‘우리 본성의~’서 이색 주장

세계 각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과 테러, 납치 뉴스가 전해지지만 인류 역사상 전 세계가 지금만큼 평화로운 시기는 없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세계적 인지심리학자인 미국 하버드대 스티븐 핑커 교수(심리학·사진)는 최근 펴낸 ‘우리 본성의 더 나은 면: 왜 폭력이 줄었나’라는 신간에서 현대인의 통념과 달리 통계적으로 볼 때 전쟁 사상자, 가정폭력, 살인 등 모든 종류의 폭력이 극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핑커 교수는 고고 법의학 연구자료를 인용해 국가라는 개념이 생기기 이전에는 전체 인구의 15%가 폭력으로 숨졌지만 초기 국가시대에는 3%로 줄었다고 밝혔다. 또 국가가 발달하기 전에는 전쟁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이 10만 명당 평균 500명 이상이었지만 제1, 2차 세계대전이 있었던 20세기에는 10만 명당 60명, 21세기 들어서는 불과 0.3명만이 숨진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에서 남편을 살해하는 비율은 1976년 10만 명당 1.2명이었지만 지금은 0.2명으로 줄었고 집단학살로 숨지는 사람도 크게 줄었다.

핑커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 사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국가 간 전쟁이 줄어든 ‘긴 평화(the long peace)’ 시대를 거쳐 지금은 ‘새로운 평화(New peace)’ 시대를 맞고 있다고 소개했다. 새로운 평화시대는 공산주의 정권의 붕괴가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거래 당사자가 이득을 봐야하는 무역의 발달이 폭력을 잠재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국제간 이동, 교육, 과학, 저널리즘과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편협적인 지역주의가 사라지면서 자기와는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 것도 폭력이 줄어든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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