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영희 교수의 사랑 ‘또 하나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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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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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여성들 자립 이끌 미리내성지 인근 ‘별헤는 카페’
각계 도움 받아 오늘 문 열어

27일 오후 서강대 고 장영희 교수의 기부를 받아 문을 연 ‘별 헤는 카페’에서 권원란 맑음터 원장과 지적장애여성들이 장 교수의 책을 펴놓고 고인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성=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7일 오후 서강대 고 장영희 교수의 기부를 받아 문을 연 ‘별 헤는 카페’에서 권원란 맑음터 원장과 지적장애여성들이 장 교수의 책을 펴놓고 고인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성=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향년 57세·사진)의 사랑이 담긴 카페가 문을 연다. 장애여성자활공동체 ‘맑음터’는 4월 장 교수 유족이 월간 ‘샘터’에 기부한 500만 원을 받아 경기 안성시 양성면 천주교 미리내성지 인근에 29일 ‘별 헤는 카페’를 열었다. 미리내성지는 김대건 신부(1821∼1846)의 묘가 있는 곳으로 성지 순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지적장애여성이 모여 사는 미리내공동체도 인근에 있다.

장 교수의 사랑이 담긴 500만 원은 작은 기적을 일으켰다. 덩그러니 세워진 기둥 위에 지붕만 올려져 있던 건물터가 하얀 벽에 원목 창틀을 단 16m²(5평) 넓이의 예쁜 카페로 변신했다. 봉사단체 좋은만남이 실내 인테리어를 맡았다. 수도원 수사들이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었다. 샘터사도 장 교수가 쓴 책을 카페에 기증해 손님들이 독서를 하며 ‘영혼의 목마름’을 채우도록 배려했다. 카페 옆에는 장 교수의 세례명을 딴 ‘마리아 서재’도 만들었다.

운영은 지적장애여성들이 도맡아 한다. 27일 오후에도 지적장애여성들이 직접 정원을 가꾸며 손님을 맞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손님이 직접 차를 내려 마시고 돈을 내고 가는 무인 카페지만 뒷정리는 지적장애여성들의 몫이다. 권원란 맑음터 원장은 “자립을 꿈꾸는 지적장애여성에게는 꿈을 이루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며 “비장애인이 시설에서 지적장애여성을 만나면 봉사자와 장애인 관계지만 이곳에서는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말했다.

장애는 달랐지만 장 교수와 맑음터 여성들은 사이좋은 자매였다. 장 교수는 1990년대 초 서강대 성당을 찾은 서울 맑음터 여성들과 인연을 맺은 뒤 맑음터가 여는 음악회와 바자회에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장 교수는 또 출판기념회 때면 맑음터 여성들이 만든 책갈피를 구입해 선물로 나눠주기도 했다. 장 교수의 막내동생 순복 씨(49·여)는 “언니가 맑음터 여성들이 노래도 잘하고 수공예품을 만드는 솜씨도 좋다고 자주 자랑했다”며 “하늘에 있는 언니도 맑음터 여성들이 연 카페를 보면 흐뭇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5월 영면한 장 교수는 소아마비와 암투병 속에서도 삶의 희망과 의지를 잃지 않고 역경을 이겨낸 영문학자이자 수필가였다. 개소식은 29일 오후 3시 경기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성지로224 맑음터미리내공동체 성지길 입구 뜰에서 열린다.

안성=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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