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미국 오클라호마 주 털사의 대형 서점에서 북한 주민 돕기 단식 모금운동을 벌인 한국계 고등학생 정나리 양(가운데)이 시민들에게 북한 인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역 언론들도 이날 행사를 보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정나리 양 제공
“북한 하면 TV에서 본 파마(곱슬)머리의 김정일을 먼저 떠올리는 미국인들에게 다른 모습의 북한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굶주리고 고통 받는 주민들의 모습 말입니다.”
지난달 29일 미국 오클라호마 주 털사 중심가 우드랜드힐 쇼핑센터의 대형 서점 반스앤드노블에서는 이 지역 홀랜드홀 고교에 다니는 학생 25명이 일일 단식을 펼치며 북한 인권을 알리는 모금운동 행사를 열었다. 참가자 중 유일한 한국계 학생 정나리 양(17)이 행사를 조직한 주인공이다.
정 양은 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이게 무슨 행사인가’하고 의아해하던 사람들이 북한 인권을 설명하는 자료와 수용소 실태를 보여주는 그림들을 보고는 모금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고등학생은 전자책을 사려고 모은 돈 200달러를 모금함에 넣기도 했다”며 “총모금액 3300달러는 대북 지원 선교단체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사 장소를 제공한 반스앤드노블도 이날 수익금의 10%를 내놓았다.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단식 이벤트’를 생각해낸 정 양은 원래 혼자 하려고 했다. 그런데 행사 2주 전 학교 강당에서 열린 북한 인권 프레젠테이션 이후 학생 20여 명이 찾아와 “충격을 받았다”며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 양은 개성이 고향인 친할머니와 함께 살며 북한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자랐다. 올여름 한국을 방문해 북한인권단체에서 탈북 학생들에게 영어와 바이올린을 가르치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한국에서 가져온 북한 자료와 사진들을 이번 행사에 전시했다.
미 중남부 도시 털사의 한인 인구는 750여 명으로 한인 커뮤니티를 따로 형성하기보다는 미국 주류 사회에 섞여 살고 있다. 정 양은 “이 지역 미국인들이 북한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지 걱정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이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지역 학교들을 찾아다니며 북한 인권 설명회를 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학교신문 편집장,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 활동 등으로 바쁜 고교 졸업반인 정 양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학생들이 북한 인권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의사가 돼서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북한에 들어가 환자들을 치료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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