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만 30여 년을 연구했습니다. 새로운 연구를 통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연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큰 상을 받게 돼 기분이 좋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완철 책임연구원(사진)이 13일 한국과학기자협회 선정 ‘올해의 과학자상’ 수상자로 뽑혔다. 박 책임연구원은 ‘똥박사’란 별명으로 유명하다. 1981년 KIST에 처음 들어오면서부터 30년 동안 줄곧 가축 분뇨나 생활하수 등 똥을 정화하는 연구를 해왔다. 1990년대 중반에는 무방비로 오염물을 배출하는 소규모 축산 농가에 적합한 정화장치를 만들어 4000여 농가에 보급해 농촌 수질환경을 개선했다. 또 2000년에는 생활하수를 처리할 수 있는 ‘소규모 오수정화시설’을 개발해 전국적으로 1만5000기를 보급했다.
최근에는 낙엽에서 서식하는 토종 미생물을 이용해 대규모 축산폐수나 하수처리를 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생물을 고체로 만든 다음 정화가 필요한 생활하수에 넣어 미생물이 살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만들어 주면 오랜 시간에 걸쳐 미생물 덩어리가 분해되면서 생활하수를 정화한다. 박 책임연구원은 “연구비를 쫓아다니며 여러 분야를 옮겨 다니면 전문가가 될 수 없다”며 “운이 좋게도 나는 분뇨 정화 연구에만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년이 5년 정도 남은 박 책임연구원은 “남은 기간에 토종 미생물을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정화하는 기술과 김치 유산균을 이용해 바다의 오염물을 정화하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것”이라며 “여건이 된다면 은퇴한 뒤에도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은 25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리는 ‘과학언론인의 밤’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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