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꽃 씨앗학교’의 작은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국악… 영화… 연극… 특성화 지원하니 폐교위기 학교가 지역 자랑으로

교내에서 국악을 배우는 강원 속초시 대포초등학교 학생들. 3∼6학년이 모두 국악관현악단으로 지역 축제 무대에도 초청받고 있다. 대포초 제공
교내에서 국악을 배우는 강원 속초시 대포초등학교 학생들. 3∼6학년이 모두 국악관현악단으로 지역 축제 무대에도 초청받고 있다. 대포초 제공
강원 속초시의 대포초등학교는 대포항이 보이는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다. 전교생이 63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이 계속 줄어 곧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얘기가 많았다. 폐교 위기의 대포초는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예술꽃 씨앗학교’로 지정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3∼6학년 학생 모두가 국악관현악단으로 매주 3시간씩 교육을 받았다. 전문강사들이 악기를, 교사가 합주를 지도했다. 아이들은 악기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다. 국악관현악단은 지역 축제 무대에 오르면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올해는 매달 1번 이상씩 외부에서 공연했다. 이번 달에 예정된 공연도 3건이나 된다.

지난해 여름에는 강원도와 자매결연 관계인 중국 지린 성을 5, 6학년 전원이 찾아 지역 축제에서 개막공연을 했다.

대포초 박재웅 교사는 “국악을 배우고 싶다며 다른 학군에서 온 학생이 전교생의 40% 정도다. 국악 교육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학생 수가 30명 이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포항 아이들은 부모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해 문화 체험을 할 기회가 없는데 어린아이들이 악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예술꽃 씨앗학교인 제주 서귀포시 남원초등학교는 훗날 충무로를 책임질 영화 꿈나무를 기르고 있다. 이 학교는 ‘영화’를 국어나 수학 같은 정규교과로 만들어 매주 2시간씩 전교생에게 가르친다. 시나리오 애니메이션 연극 사진 영화음악 미술과 관련한 동아리들이 있고, ‘영상심화반’에서 직접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성과는 예상보다 빨리 나타났다. 대한민국 청소년 영화제 대상(2009년), 대한민국 영상대전 초등부 최고상(2010년), 부산 국제 어린이영화제 본선 진출(2011년) 등 해마다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제주도에서는 ‘영화학교’로 이름이 났다. 주변 학교들은 학생이 크게 줄었지만 이 학교는 328명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6학년 현나경 양은 “부산국제영화제 때 영화수학여행을 다녀온 경험을 잊을 수 없다. 영화를 만들면서 다른 친구들과 협동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초등학교 중에서 선정된다. 2008년 10곳에 이어 올해 16곳이 추가됐다. 학교별로 연간 1억 원을 지원받아 오케스트라 미술 국악 영화 뮤지컬 등 특성화 분야의 교육을 한다.

문화부는 이 학교들의 성과를 18, 19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리는 ‘예술꽃 씨앗학교, 어울림 뜨락’ 행사에서 소개한다. 18일 오후 2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어린이들이 만든 영화를 상영하고 공연을 보여준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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