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끝까지라도 오르고 싶었던 청춘의 열정은 높고 험한 바윗길에 영원히 새겨졌다. 북한산 인수봉 암벽루트 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인 ‘의대길’이 개척된 건 1971년 9월 19일 이다. 당시 서울대 의대 산악부 6명이 개척한 높이 약 100m의 암벽 길이다.
본과 4학년 이남규(64) 오규철(63), 본과 2학년 최태식(62), 예과 2학년 이병달(62) 허준평(60), 예과 1학년 김성환 대원(60)이 바로 그 6명이었다.
8월 26일부터 개척을 시작했다. 교통이 불편하던 당시 식량 조달이 여의치 않았다. 퍼렇게 상한 닭고기를 먹고는 서로 식중독 증세를 관찰하기도 했다. 쌀이 떨어져 수제비를 자주 끓여 먹었다. 서울대 의대 산악부 진태훈 총무(52·서울유니언이비인후과)는 “선배들의 열정을 기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 의대 동창회관에서 의대길 개척 40주년 행사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이들을 지켜보았던 인수산장 관리인 이경구 씨(69)도 참석해 과거를 회상한다.
허 씨는 육군에 투신했다. 별 두 개를 달고 국군의무사령관을 지낸 뒤 예편해 성형외과를 열었다. 이병달 씨는 삼성의료원 마취통증의학과에 재직 중이다. 김 씨와 오 씨는 경기 시흥과 경남 김해에서 내과와 산부인과를 열었다. 최 씨와 이남규 씨는 미국에서 내과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병달 씨는 의대길의 인기에 대해 “내가 지은 습작시가 나도 모르는 사이 교과서에 실려 유명해진 느낌”이라며 “인수봉이 거기 있다면 의대길도 거기 있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표현했다.
산악부에서의 열정은 여전히 식지 않았다. 이병달 씨는 50대에 시작한 마라톤 풀코스를 60번 완주했고 오 씨는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3번 완주했다. 철인3종 경기 완주자인 두 사람은 최근에도 매일 수영과 달리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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