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Is Back’… 정경화 재기의 활 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2일 03시 00분


■ 내달 26일, 9년만의 바이올린 독주회

“젊을 때는 악기에게 ‘슬픈 소리를 내’ ‘심각한 소리를 내’라고 아무리 말해도 그렇게 안 됐어요. 지금은 내 몸과 영혼, 바이올린이 내는 색채가 완전히 연결돼 있죠. 욕심으론 연주를 정말 많이 하고 싶은데 기력이 달리네요. 인생이 그러네요.”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바이올린의 여제’ 정경화(63)의 말. 그는 2005년 손 부상으로 바이올린을 내려놓았다. 지난해 5월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지휘한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브람스 협주곡을 협연하며 팬들 앞에 돌아옴을 알렸고, 올해 8월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도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했다. 12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9년 만에 여는 독주회 ‘쉬 이즈 백(She Is Back)’을 두고 그는 “꿈같은 일”이라면서 “연주 인생의 3막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손을 다치고 하루아침에 바이올린을 못하게 된 뒤 인생을 정리할 때라고 생각했는데 큰언니와 어머니, 음반 프로듀서 크리스토퍼 레이번을 잇달아 잃었습니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인생은 자기가 직접 경험해야 터득하게 되는 것이더라고요.”

예전 ‘연습벌레’ ‘완벽주의자’라 불렸던 정경화는 그동안 많이 변했다고 했다.

“부상 전에는 자신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어떨 때는 내가 이만큼 밑으로 내려갔는데 더 내려갈 수 있나 생각했지만, 인생은 더 내려갈 수 있는 거예요. 마음을 비운다는 건 정말 좋은 일입니다. 옛날 연주를 들으면 내가 하는 것 같지 않아요. 이제는 훨씬 성숙했지만 기술적으로는 예전처럼 하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연주하는 걸 언제나 좋아했기 때문에 이번 무대를 기대하셔도 될 것 같아요.”

오랫동안 생각해온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을 내년부터 녹음하는 대장정도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13일엔 언니 정명화, 동생 정명훈과 함께 ‘정트리오’로 5월에 작고한 어머니 이원숙 여사를 추모하는 음악회도 연다.

“하늘에서 어머니, 아버지, 큰언니가 제가 다시 연주를 하게 된 것을 보면 너무너무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우리 경화가 다시 음악을 나눌 수 있구나’ 하고요. 연주회를 통해 사랑하는 이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하고 싶습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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