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피아니스트 미라바시씨 ‘임을 위한 행진곡’ 재즈로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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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6일 03시 00분


27일 공연

25일 서울 동숭동의 한 재즈 클럽에서 만난 조반니 미라바시는 반백에 짙은 눈썹, 우뚝한 코가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를 떠올리게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5일 서울 동숭동의 한 재즈 클럽에서 만난 조반니 미라바시는 반백에 짙은 눈썹, 우뚝한 코가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를 떠올리게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정적인 연주로 유럽과 일본에 팬층이 두꺼운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조반니 미라바시(41)가 특별한 무대를 위해 25일 내한했다.

그가 이끄는 재즈 트리오는 27일 오후 5시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 음악당에서 30인조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연주 실황은 라이브 앨범(가제 라이브 인 코리아·Live in Korea)으로 제작해 내년 초 프랑스와 일본에서 발매할 예정이다. 외국의 재즈나 대중음악 뮤지션의 한국 공연 실황 음반이 해외에 정식으로 발매되는 것은 처음이다.

“오케스트라와 재즈 트리오의 협연, 그리고 실황 녹음은 제가 평생 꿈꿔온 프로젝트예요. 평생의 꿈을 한국에서 실현하게 됐죠.” 내는 앨범마다 1만 장 이상씩 팔아치우는 스타 뮤지션이 왜 ‘꿈의 무대’로 한국을 택했을까. “한국 관객은 세계에서 가장 매너가 좋고 따뜻하며 열광적입니다. 2008년 첫 내한공연 때부터 감명을 받아 매년 한국을 찾고 있어요. 여기서라면 훌륭한 실황 음반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었죠.”

미라바시는 최근 세계 12개국의 혁명가(革命歌) 17곡을 재즈로 재해석한 음반(‘Adelante’)을 발표했다. 다음 달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서 여는 피아노 솔로 콘서트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혁명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선정해 재즈로 들려줄 예정이다. “군가 같은 느낌이지만 멜로디가 좋아요.”

그는 혁명가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프랑스 대선을 앞둔 나의 심경을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나 (이탈리아 총리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같은 지도자가 현재 유럽의 위기를 만들었다고 봐요. 요즘엔 많은 음악가가 히트곡에만 목을 매죠. 찰스 밍거스와 찰리 헤이든을 포함해 재즈 뮤지션은 늘 민중의 편에서 혁명을 노래해왔습니다.”

미라바시의 고향은 이탈리아 중부의 중소도시 페루자. 그는 “내 앨범이 한국에 소개된 2000년에는 안정환이 페루자에서 뛰었다”고 회고했다. 2002 한일 월드컵 16강전에서 이탈리아가 한국에 무너질 때는 결승골을 넣은 안정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며 웃었다.

독학으로 재즈를 익힌 그는 17세에 페루자를 방문한 재즈의 전설 쳇 베이커와 협연했다. 재즈 세계에선 변방인 이탈리아 출신으로 국경을 넘어 사랑받게 된 비결이 뭘까.

“우선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기본 역량을 지녀야 합니다. 끝없이 노력해야죠. 재능이 있다면 국경과 인종을 넘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음악은 세상 그 무엇보다 강하거든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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