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 씨의 지휘로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 김천소년교도소 수형자들. 이들은 “용서를 구하고 당당하게 사회에 나가겠다”며 카메라에 얼굴을 공개했다. 진앤원뮤직웍스 제공
“저는 어려서부터 나쁜 짓을 많이 했습니다. 참 철없이 살아온 지난 시절, 그저 하루하루 살아온 시절이 지금은 너무 후회스럽습니다….”(한 수형자의 편지 내용)
살인 방화 강간…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좌충우돌 사고를 쳤던 소년 18명이 까만 정장에 빨간 나비넥타이를 매고 무대에 섰다. 굳어 있는 얼굴과 어색한 차렷 자세. 잠시 적막이 흐른 뒤 아름다운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김천소년교도소 수형자들. 28일 하루 특별 외출 허가를 받아 경북 김천시 김천문화예술회관을 찾았다. ‘이승철과 함께하는 드림 스케치 사랑콘서트’를 위해서였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19세 미만의 소년범을 23세까지 수용하는 김천소년교도소. 수형자 18명은 합창단 ‘드림 스케치’를 결성해 가수 이승철 씨의 지도를 받아왔다. SBS스페셜 팀이 6월 법무부 교정청에 소년교도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합창 프로젝트를 제의해 만들어진 팀이다. 멘토로 선정된 이 씨는 9월부터 매주 수요일 이곳을 찾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노래를 가르쳤다.
“여덟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난 뒤 부모님 얼굴을 본 적이 없어요. 방송을 통해 제 얼굴 한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노래 부르는 모습 한번 못 보여드린 부모님을 위해 신청했습니다.” 10년 혹은 13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하는 소년들은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합창단에 지원했다. 이들은 “용서를 구하고 당당하게 사회에 나가겠다”며 카메라 앞에 얼굴을 공개했다.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거위의 꿈’을 부르는 여드름 가득한 소년들은 좀처럼 어깨에 들어간 힘을 풀지 못했다. 객석에 있던 가족들은 카메라로 아들의 모습을 담다가 잠깐씩 손을 얼굴로 가져갔다.
지휘자 이 씨는 연습기간 중 소년들에게 ‘고백의 편지’를 쓰게 했다. 고마운 사람에게 혹은 사과할 사람에게 쓴 편지는 노랫말이 됐다. “아이들이 혹 참지 못할 일이 있을 때 참을 힘이 되는 노래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고백의 편지로 만든 노래 ‘그대에게만 드립니다’에선 울음이 묻어 나왔다. “후회해도 소용없었고 용서도 빌어봤지만/지난날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기에…가자 뛰어가자 앞으로/더 힘차게….”
무대에 선 소년들이 손을 올려 눈가를 훔치기 시작했다. 9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도 함께 울었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함께 무대에 올라 앙코르곡으로 부활의 ‘네버엔딩 스토리’를 부를 땐 꺼이꺼이 울며 노래를 부르는 이도 있었다. 권 장관은 “오늘 본 건 노래가 아니라 기적이고 감동”이라며 “앞으로도 아이들이 부활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연이 끝난 뒤 소년들은 30분간 가족 면회를 허락받았다. 눈가가 빨개진 부모와 형과 동생들은 소년들에게서 손을 떼지 않았다. “오빠, 가지 마.” 면회 시간이 끝나자 6개월 만에 오빠를 봤다는 아홉 살배기 동생은 다리를 붙들었다.
자리를 뜨지 못하고 앉아 있던 어느 아버지가 혼잣말을 했다. “이런 기회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네. 우리 아들놈도 느끼는 바가 있고, 우리도 아들 놈 얼굴 자주 볼 수 있게….” 이들의 이야기는 다음 달 25일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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