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강원 춘천문화예술회관 지하 1층 연습실. 초등생 44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연습곡은 동요 ‘나비야’. 시종 불협화음의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음이탈까지 연달아 나온다. 그러나 단원들의 표정은 진지하면서도 밝다. 이들은 춘천시문화재단이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춘천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신나는 오케스트라’의 단원이다.
아동복지시설 애민원 원생 10명을 포함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등의 어린이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올해 6월부터 일주일에 두 차례 연습을 하고 있다. 춘천시립교향악단 연주자 10명이 악기를 지도하고 박기범 춘천교대 교수(음악교육과)가 총감독과 지휘를 맡았다.
대부분이 악기를 처음 접하는 탓에 실력은 쑥쑥 늘지 않는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흥미와 열정만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긴 어린이도 있다. 박 교수는 “연습 초기만 해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장난도 심한 아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세가 매우 진지해졌다”며 “합주를 통해 공동체정신과 양보정신을 배우고 음악의 소중함을 아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루트를 배우고 있는 김모 양(10·초등 3년)은 “노래를 완벽히 연주할 만한 실력은 안 되지만 음악이 정말 재미있다”고 말했다. 클라리넷 연주자인 김모 양(13·초등 6년)도 “연습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로 재미있다”며 “더 열심히 연습해 훌륭한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나는 오케스트라는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시스템 ‘엘 시스테마’를 본뜬 것. 단원들은 연주 외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10월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을 관람했고 지난달에는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을 관람하는 행운도 누렸다.
신나는 오케스트라는 26일 춘천문예회관에서 그동안 연습한 곡들로 공연을 한다. 전문 연주자들처럼 뛰어난 연주 실력을 보여줄 자신은 없지만 단원들과 가족, 친구들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의 무대를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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