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은 말레이시아 탄휘린 씨(가운데)가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13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JK성형외과 제공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남자가 잠을 자는 아내와 딸에게 염산을 뿌렸다.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딸은 얼굴과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었다. 남자는 감옥으로 끌려갔다. 가정은 파탄이 나 버렸다. 2009년 10월 24일 새벽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현지 언론은 당시 17세의 소녀를 ‘생존자’라 불렀다.
그 생존자 탄휘린 씨(19·사진)가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인천공항을 통해 13일 입국했다. 얼굴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탄 씨와 같은 사례를 발굴해 진료를 해 주는 ‘메디컬 코리아’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탄 씨는 이 프로젝트의 32번째 대상자다. 수술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JK성형외과에서 맡았다.
참변이 있고 난 후 탄 씨는 거의 앞을 못 보게 됐다. 3개월간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오른쪽 눈은 실명하고 말았다. 피부 이식 수술도 몇 차례 받았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래도 마음만은 단단하게 먹었다. 호주로 유학가기 전 밟는 과정인 ‘선웨이 칼리지’에 다녔다. 지난해 10과목 가운데 B 학점 한 과목을 빼고 9과목 모두 A 학점을 받았을 만큼 공부에 몰두했다. 올해엔 아버지도 용서하기로 했다.
마음의 상처는 치유돼 갔지만 눈으로 보이는 상처는 극복하기 힘들었다. 외출할 땐 늘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써야 했다. 탄 씨의 지역구 국회의원인 Y B 제프우이 씨가 후원자를 자처했다. 그가 외국의 우수한 의료기관을 물색하다 JK성형외과의 ‘뉴페이스 뉴드림’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안면기형, 화상 등이 있는 국내외 환자들에게 무료로 성형수술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9월 화상회의를 했다. JK성형외과는 시술경비와 치료비를 내기로 했고, 간병비는 메디컬 코리아 나눔의료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로 했다. 항공료와 체재비는 말레이시아 측에서 낸다. 수술이 최종 결정됐다.
탄 씨는 19일 수술을 받고 한 달 이상 한국에서 머물며 치료를 받게 된다. 앞으로 약 2년 동안 여름과 겨울마다 한국을 찾아 추가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예전의 건강한 얼굴을 되찾을 수 있다는 꿈에 부푼 탄 씨가 동영상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2년 전에 슬픈 일이 있었지만 그건 인생의 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를 도와주신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자신감을 갖고 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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