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빈민가 소년 ‘특별한 한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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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 고교선배 아우디코리아 힐 사장이 한달간 초청 후원

크리스마스를 앞둔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트레버 힐 아우디코리아 사장(왼쪽)과 은라카니포 음키제 군. 아우디코리아 제공
크리스마스를 앞둔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트레버 힐 아우디코리아 사장(왼쪽)과 은라카니포 음키제 군. 아우디코리아 제공
은라카니포 음키제 군(18)은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다. 20시간 넘게 걸려 한국에 도착해 처음 김치를 맛봤다. 2018년 겨울 올림픽이 열릴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는 처음으로 하얀 눈도 보고 스키도 탔다.

수학을 잘하는 음키제 군은 아프리카 줄루족의 후예로 12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요하네스버그의 명문 제피고등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학생이다.

음키제 군이 한국에 온 것은 같은 학교를 졸업한 남아공 출신의 아우디코리아 트레버 힐 사장이 자신의 집에서 한 달 동안 숙식을 함께하며 후원하기로 한 덕분이다. 일본과 중국, 한국 등에서 오래 생활한 힐 사장은 “지난 15년 동안 해외를 돌아다니며 세계를 배웠는데 한 달 동안 한 명 더 가족으로 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며 “음키제 군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대단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음키제 군은 힐 사장과 함께 서울시내 고궁을 둘러봤고 제주도 여행도 할 예정이다. 남아공의 빈민가 출신인 음키제 군에게 비행기 타기, 해외여행, 스키 등은 모두 처음 경험해 보는 것들이다. 힐 사장은 “2년 전만 해도 음키제는 영어를 하지 못했다”며 “지금 영어를 배우는 속도나 수학 실력 등을 보면 음키제는 앞으로 아프리카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힐 사장은 교육과 연관이 많다. 남아공 아우디 지사에서 딜러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던 그는 아우디 본사에서는 글로벌 교육훈련 부문을 맡았다. 그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교육은 젊은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다”며 “앞으로 제피고교의 장학생들을 매년 한 달 동안 불러 같이 지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힐 사장은 다른 작은 선행도 하고 있다. 3개월에 한 번 만나는 외국인 기업 임원들의 모임에서는 매번 12만 원씩 모아서 청각장애아동을 위한 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이미 삼성서울병원에서 2, 3세 어린이 3명이 이들의 도움으로 청각을 찾았다고 한다. 힐 사장은 “어린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는 일을 꾸준히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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