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 추위 녹이고 ‘지혜의 등’ 서쪽으로 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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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7일 03시 00분


■ 해인사서 지관 스님 다비식

조계종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다비식이 6일 경남 합천군 해인사 연화대에서 거행됐다. 다비식과 영결식에는 1만여 명이 참석했다. 해인사=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조계종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다비식이 6일 경남 합천군 해인사 연화대에서 거행됐다. 다비식과 영결식에는 1만여 명이 참석했다. 해인사=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큰스님, 불 들어갑니다.”

6일 오후 1시 반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다비식이 치러진 경남 합천 해인사 연화대. 진행을 맡은 승원 스님의 말이 떨어지자 장작더미에 불이 붙었다. 순간 흰 연기와 함께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다. 이를 지켜보던 스님과 신도들은 “불, 법, 승(佛法僧)”을 외치며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나이 지긋한 신도들은 “아이고, 큰스님 정말 가시네”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연화대 주변 비탈에는 잔설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이날은 춥기로 이름난 소한이었지만 해인사 주변은 스님의 미소를 닮은 봄 날씨처럼 훈훈했다. 조계종 종정을 지냈던 성철, 혜암 스님의 다비식도 이곳에서 치러졌다. 대전에서 온 여신도(법명 법지행·法智行·50)는 “평생 청렴한 삶과 끊임없는 공부로 불자들의 사표가 된 스님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 해인사 보경당에서는 영결식이 봉행됐다. 조계종의 전국 사찰에서도 같은 시간 추도하는 의미를 담아 5회의 타종을 했다.

행사는 종을 울리는 것을 시작으로 삼귀의, 헌다와 헌향, 지관 스님 행장 소개, 영결사와 법어, 조사,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민문화 향상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스님에게 추서된 금관문화훈장을 영전에 올렸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영결사에서 “스님이 총무원장 소임을 마친 뒤 ‘평생의 원력인 가산불교대사림에 매진할 수 있어 기쁘다’며 천진한 미소로 조계사 마당을 나섰는데 오늘 이렇게 세상과의 인연을 접으시니 후학들은 비탄의 심정을 억누를 길이 없다”며 “후학들이 (이를) 계승하여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종정 법전 스님은 법어를 통해 “비록 오고 감이 없고 생몰이 없다지만 종사가 떠난 빈자리가 너무 크게 보인다”며 “종사는 일념정진으로 경률론(經律論)의 3장을 통달하고 교학의 지평을 넓혀 우리 종문을 빛냈다”고 애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 장관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지관 대종사는 종교가 다른 저와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는 ‘마음을 비우고 참으며 오직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면서 “스님은 한국 불교의 유구한 법맥을 이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 학승이자 율사였다”고 회고했다.

문도대표인 세민 스님은 “은사 스님이 가산불교대사림이 완간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유훈을 남겼다”며 “남은 문도들은 화합하고, 유훈을 잇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에 따르면 지관 스님은 지난해 6월 원고지 8장 분량의 유훈장을 남겼다. 유훈장에는 장례를 간소하게 치를 것과 문도들의 화합, 가산불교대사림에 대한 당부, 고향 포항에 고향 방문탑과 부모님을 위한 보은탑을 세운 것을 알리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스님은 또 다비 사찰에 피해를 끼치지 말라며 비상금 1억 원을 맏상좌 세민 스님에게 맡겨 장례비에 보태도록 했다. 이에 따라 문도들은 영결식에서 생화가 아닌 지화와 조화 등을 사용했다.

보경당에서 연화대까지 4km 정도 이어진 장례 행렬은 만장 1500개를 앞세운 채 스님의 법구를 운구했으며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에는 불자의원 모임 정각회 회장인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 김두관 경남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송석구 사회통합위원장, 고(故)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등이 참석했다. 대만 불광산사 주지 심배 스님은 “지혜의 등이 서쪽으로 갔다”고 애도했다.

해인사=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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