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신부처럼… 다 끌어안아야 진정한 多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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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 ‘외국 신부들의 목소리’ 영문서적 낸 김중순 고려사이버大총장

한국의 외국인 신부들을 다룬 첫 영문서적 ‘외국 신부들의 목소리(Voices of Foreign Brides)’를 최근 출간한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 고려사이버대 제공
한국의 외국인 신부들을 다룬 첫 영문서적 ‘외국 신부들의 목소리(Voices of Foreign Brides)’를 최근 출간한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 고려사이버대 제공
“한국의 다문화주의가 진정한 다문화주의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외국인 신부들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려고 이 책을 썼습니다.”

한국의 외국인 신부들을 다룬 첫 영문서적 ‘외국 신부들의 목소리(Voices of Foreign Brides·사진)’가 지난해 말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동시 출간됐다. 저자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74)은 1965년부터 36년간 미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았다. 외국인 신부들에 대해 남다른 성찰을 하게 된 이유다.

김 총장은 먼저 “다문화주의의 정의가 뭐냐”고 반문했다. 대부분 ‘다문화가정’을 떠올리겠지만 김 총장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다문화주의는 인종뿐 아니라 문화적, 성적 다양성을 모두 포괄한다는 것.

김 총장은 이 책을 통해 자민족 중심적인 한국의 다문화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외국인 신부들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데에 치중하는 정책은 말로만 다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며 실제로는 우리 문화를 따르라는 강요라는 것.

이 책에 등장하는 외국인 신부들도 “한국 정부 정책은 우리가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이들은 편견이나 차별대우도 원하지 않지만 특별한 대우도 원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받고 자립능력을 기르길 원하는 것. 김 총장은 “외국인 신부들을 일괄적으로 구호의 대상으로만 보고 재정적인 지원만 하면 이들이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김 총장이 전망하는 한국 다문화 정책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원래 한국인에겐 외국인을 배척·차별하는 전통이 없었다는 게 그 이유다. 김 총장은 “알고 보면 현재 한국인의 26%는 외국 출신 이민자를 조상으로 두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민족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된 탓에 외국인을 배척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앞으로 외국인 신부들이 자립해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전문 직업인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20명의 외국인 신부가 학비 지원을 받으며 고려사이버대에서 사회복지 등을 공부하고 있다. 고려사이버대는 포스코와 골드만삭스의 지원으로 2007년부터 약 16만 명의 외국인 신부에게 ‘다문화가정 e-배움 캠페인’을 실시하며 한국어와 문화 등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해 왔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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