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심판들이 판정을 하기 위해 그라운드가 아닌 법정을 찾았다.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국민참여재판에 ‘그림자 배심원’으로 참석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회 소속 심판 8명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국립중앙도서관 출입이 제한되자 불만을 품고 직원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출동한 경찰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살인예비 등)로 기소된 서모 씨(50)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 참석해 정식 배심원들과 함께 재판을 방청하고 모의 평의와 평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 심리로 재판이 시작되자 그림자 배심원으로 참석한 심판들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사건 당시 서 씨가 ‘심신 미약’ 상태였는지에 대해 변호인 측과 검찰 측이 맞서자 심판들은 재판부가 나눠준 자료를 참고해 중요한 내용을 메모하기도 했다.
“공정한 판정이 중요하다는 점은 재판이나 야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은 “법관이 장시간 숙고해 판결을 내리는 것에 비해 야구 경기의 심판은 순발력 있게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공정한 판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마찬가지”라며 “야구에서도 심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 합의를 해야 하는데 재판을 보니 절차 등에 참고할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KBO 심판들은 유죄라며 징역 3년 이상의 형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냈다. 실제 배심원들도 유죄라고 평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서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성낙송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공정한 룰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재판과 스포츠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법이 기준이 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생각에 심판들을 초청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