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가 없는 곳에서 그 자유를 주장하는 것이 국제펜클럽의 주요 활동 목적 중 하나입니다. 국제펜클럽은 중국과 이란, 튀니지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캠페인을 펼쳐왔죠. 북한은 표현의 자유를 강력히 제재하는 대표적 국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9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국제펜대회 총회를 앞두고 방한한 존 랠스턴 솔 국제펜클럽 회장(65)은 이 대회에서 통과가 유력시되는 펜클럽 북한 센터의 회원국 가입에 대해 이같이 의의를 설명했다. 펜클럽 북한 센터는 탈북 작가 2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1921년 창설된 국제펜클럽에는 현재 114개국 143개 센터가 참여하고 있다.
솔 회장을 17일 만나 북한 센터의 회원국 가입과 국제펜클럽의 역할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캐나다 출신의 솔 회장은 소설가이자 다큐멘터리 방송작가로 활동해왔다. 1970, 1988년에 이어 2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펜 대회에는 월레 소잉카, 오르한 파무크,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등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비롯한 해외 문인 300여 명이 참가한다.
―지난해 총회에서 북한의 가입 안건이 만장일치로 상정됐는데….
“세계 작가들이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북한 센터가 가입하면 115번째 회원국이 된다.”
9월 경주 국제펜대회 총회에서는 탈북 작가들이 직접 참여해 북한 인권 상황을 설명하고 센터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다. 가입이 통과되면 북한 센터는 서울에 마련된다. “전통적으로 펜 센터는 해당 국가 내에 있어야 하지만 중국이나 북한처럼 정부 탄압이 예상될 경우 국외에 둘 수 있다”고 솔 회장은 설명했다.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의 인권이 열악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망명한 탈북 작가들을 돕고 싶다.”
―국제펜은 어떤 도움을 주게 되나.
“절차대로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다. 우선은 북한 센터 설립이 중요하다. 이후에는 북한 작가들이 직접 그들의 인권 문제를 국제펜을 통해 세계에 얘기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솔 회장은 미얀마에서 1960년대부터 표현의 자유를 위해 노력했지만 최근에야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도 그렇게 오래 걸릴까’라고 묻자 그는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웃었다. “우리는 한국펜본부와 협력해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북한에 가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제펜클럽의 전략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기가 없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우리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작가들이 우리 회원이기에 국제적인 여론이나 평판을 만들어 (해당 국가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솔 회장은 “우리는 군대가 없다. 하지만 펜은 무기보다 강하다. 또한 우리의 (비폭력)방식이 지금까지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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