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이 英옥스퍼드大 대표기구 이끈다

  • Array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 2학년 이승윤씨 ‘유니언’ 회장 한국인 첫 당선

영국 옥스퍼드대 학생자치기구인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당선된 이승윤 씨. 채널A 화면 촬영
영국 옥스퍼드대 학생자치기구인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당선된 이승윤 씨. 채널A 화면 촬영
“언론의 자유가 부족한 아시아와 중동 국가에 작은 희망의 빛줄기가 되고 싶다.”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의 유서 깊은 토론클럽인 옥스퍼드유니언 회장에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이 당선됐다. 주인공은 이 대학 정치철학경제학부 2학년생인 이승윤 씨(22). 부회장 출신인 이 씨는 2일 선거에서 영국인 동료 부회장을 29표 차로 제쳤다.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옥스퍼드유니언은 옥스퍼드대생의 명실상부한 대표 기구. 재학생의 70%가 넘는 1만2000여 명이 회원이다. 30년 전부터 총학생회가 따로 운영되고 있지만 전통과 출신 인사들의 면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1977년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회장에 당선된 이래 인도 출신은 있었지만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출신으로는 이 씨가 처음이다.

이 씨는 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학생들의 도움이 컸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옥스퍼드유니언의 보조위원, 최고위원, 부회장을 차례로 거친 뒤 선거에 나서 한번에 당선되는 쾌거를 이뤘다. 부토 전 총리는 4번째 선거에서 당선됐다고 한다. 최근 언론의 화제가 되고 있는 보시라이 중국 충칭 시 당서기의 아들 보과과 씨는 수년 전 중국계의 막강한 지원을 업고도 부회장 선거에서 떨어졌다.

윌리엄 글래드스턴, 로버트 솔즈베리, 해럴드 맥밀런, 에드워드 히스 등 전 영국 총리가 옥스퍼드유니언 회장 출신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같은 저명한 정치인도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 씨는 “유니언의 설립 목적은 언론의 자유”라며 “아직 언론의 자유가 열악한 나라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에서 중국 관련 토론회를 열어볼 생각”이라며 “한국의 정치, 경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사인 부친과 대학교수인 모친을 둔 이 씨는 미국 버지니아에서 2년 동안 고교를 다닌 뒤 대원외국어고를 졸업한 후 2010년 옥스퍼드대에 입학했다. 미국과 달리 학부 때부터 세계적 석학들과 일대일 수업을 하며 지식을 쌓아갈 수 있는 전통과 학풍에 매료돼 옥스퍼드대를 택했다. 그는 6월부터 9개월 동안 회장 직을 수행한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