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김모 씨(40·여)는 2001년 탈북해 중국 톈진 등지에서 일을 하며 지냈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 공안의 불법 체류자 단속이 심해졌고, 결국 김 씨는 단속을 피해 태국을 거쳐 2007년 가까스로 한국에 입국했다.
김 씨는 2008년부터 강북구 미아동 인근의 횟집에서 일하다 지금의 남편 변모 씨를 만났다. 사랑이 깊어진 김 씨와 변 씨는 같이 살며 결혼을 약속했고, 2년 전부터는 도봉구 도봉동에 횟집을 열어 함께 일도 시작했다. 남편의 가족은 ‘탈북자’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지만 고집을 꺾지 못해 결국 두 사람의 결혼을 승낙했다.
문제는 탈북자인 김 씨가 한국에 가족이나 친척이 없어 결혼식 때 손을 잡아줄 사람이 마땅치 않았던 것. 김 씨가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은 2010년부터 자신의 신변보호를 담당해온 서울 강북경찰서 보안계 김영식 경위(55)밖에 없었다. 김 씨는 김 경위에게 청첩장을 건네며 “결혼을 하기로 했지만 가족이 없어서 신부 입장 때 누구랑 할지 몰라 우울증이 올 지경”이라며 사정을 설명했다.
김 씨 가게에 종종 들러 식사도 하고 고민도 상담해주던 김 경위는 ‘내가 아니면 도와줄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에 곧 승낙했다. 김 경위의 가족도 “아버지가 탈북자를 돕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환영했다.
김 씨는 4일 많은 하객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했다. 김 씨의 시어머니도 김 경위에게 “정말로 고맙다”고 했다. 김 경위의 동료 김용제 경위와 홍문기 경사는 식장에서 하객 축의금을 받고 사진촬영을 하며 도왔다. 김 경위는 “2007년 딸 결혼식 때보다 더 떨려 전날 예행연습까지 했다”면서 “김 씨가 결혼을 하고 나니 ‘자식이 하나 더 생겼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벅찼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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