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담쌓던 아이들, 연극 통해 소통을 배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 출범 2년 맞은 키움쨍이

청소년 예술단체 키움쨍이 단원들이 서울 서초구의 청소년 콘서트홀 ‘빛과 소리’에서 뮤지컬 ‘갈매기의 꿈’을 공연하고 있다. 키움쨍이 제공
청소년 예술단체 키움쨍이 단원들이 서울 서초구의 청소년 콘서트홀 ‘빛과 소리’에서 뮤지컬 ‘갈매기의 꿈’을 공연하고 있다. 키움쨍이 제공
저소득층 자녀를 포함해 소외된 계층의 청소년에게 공연예술에 대해 가르치는 단체 ‘키움쨍이’가 이달 출범 2년을 맞았다. 이 단체는 2010년부터 해마다 중고등학생 10여 명을 뽑아 재능기부 형식으로 교육을 했다. 올해는 3기 14명을 이달에 선발해 가르치는 중이다.

학생 지도는 모두 러시아에 유학을 다녀온 연극 관련 전공자가 맡았다. 이들이 처음 단체를 구상한 건 2008년이었다. 당시 보건복지가족부는 게임중독 청소년에 관한 예술작품을 공모했다. 러시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선후배가 ‘게임세상’이란 뮤지컬 작품을 만들어 당선됐다.

이를 계기로 이들은 안양소년원과 서울소년원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공연을 관람한 아이들의 눈빛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 단체를 만들자며 의기투합했다. ‘키움쨍이’라는 이름으로는 2010년 3월부터 활동했다.

연극을 배울 아이들은 청소년과 관련된 여러 웹사이트를 통해 모집했다. 마침 이들과 알고 지내던 중소기업 ㈜고려리사이클의 송우인 대표이사가 연습실을 빌려주고 교육에 필요한 비용도 도와줬다.

키움쨍이를 통해 연극을 배운 아이들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1기로 활동한 최호종 군(18)은 연극을 배우기 전까지 학교와 집에서 거의 말이 없었고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면서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사귀는 성격이 됐다.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최 군은 “예전엔 친구들을 대하는 게 낯설고 두려웠는데 이젠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리는 게 두렵지 않다. 연기를 통해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2기로 활동한 현석현 군(18)도 중2 때 뮤지컬을 감상한 뒤 배우의 꿈을 키우는 중이다. 가정형편상 어려웠지만 키움쨍이를 통해 무료로 연극 수업을 받은 덕분이다. 그는 “무대를 통해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고 싶고, 타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저소득층#연극#키움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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